
최근 종단이 추진하고 있는 수행, 나눔, 문화, 생명, 평화 등 5대 결사를 중심으로 현대사회에서 구현해야 할 불교적 가치를 고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스님)는 오늘(3월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현대사회에 구현해야 할 불교적 가치-종단 5대 결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3월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스님<사진>이 ‘현대사회에 구현해야 할 불교적 가치’를 주제로 발제했고, 조계종 기본선원장 지환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흥선스님, 박광서 서강대 교수, 박희택 사단법인 불교아카데미 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밖에도 교육원장 현응스님,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 직지사 주지 성웅스님, 화쟁위원장 도법스님, 화쟁위 부위원장 원택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본각스님 등이 참석해 토론을 경청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미산스님은 현대사회 불교의 핵심가치를 연기, 중도관과 동체대비행으로 꼽았다. 스님은 불교의 관점에서 모바일 디지털 혁명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봤다. 특히 모바일 디지털 혁명은 선형 네트워크로 연결됐던 지구촌을 입체적인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시켰다. 이로 인해 현대인들은 네트워크 세계에서 연기적 관계를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연기적 세계관은 동체대비와 중도적 실천행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모든 존재현상은 상호의존적으로 생성, 소멸의 순환을 반복하며 변화하고 있다. 본래 생명은 인드라망처럼 공간적으로 빛나며 시간적으로 중중무진의 유기적 관계를 생성하며 생명성을 드러낸다. 인간과 자연, 국가, 종교, 선과 악, 옳고 그름, 아름답고 추함, 시간과 공간 등 무수한 개념들이 형성되고 각각의 개념화된 존재 현상들은 그물코라는 조건들이 만들어낸 그물눈이라는 틀을 통해 변화하면서 찰나찰나 존재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꿀벌의 얘기를 해보자. 요즘 지구촌에 꿀벌의 개체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 작물, 전자기파, 지구 온난화, 병원균 등 복잡한 원인 때문에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인간의 이기적인 태도 때문이다. 인간들의 끝없는 인위적 조작 때문에 꿀벌이 사라지고, 꿀벌이 사라져 과일이나 곡식을 수확할 수 없고, 인간들은 먹거리 생산에 차질을 빚어 굶주리게 되고, 결국 지구의 종말을 맞게 된다는 실정에 이른다는 것이다. 인드라 그물망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그물코가 없어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그물코에 영향을 미쳐 다른 그물눈도 흔적 없이 사라지게 된다.
스님은 “연기 중도적 관점으로 보면 존재의 실상은 이처럼 연결망으로 돼있으므로 독립적 개체를 가지고 있다 없다를 단정하는 순간 실상을 그대로 보지 못한다”며 “연기의 세계관에서 나를 둘러싼 다른 생명체들과 생태환경에 대한 자비를 실천하는 동체대비의 세계관이 나온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 스님은 현대 디지털 문명이 불교적 핵심가치인 연기법과 동체대비행을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임을 덧붙였다.
스님은 현재 조계종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5대 결사가 자리이타의 수행전통을 확립해 요익중생의 대승보살도 정신을 구현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대문명의 폐해에 대한 해법으로 5대 결사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 스님은 이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수행결사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정보문명의 위기를 극복한다
△생명결사로 생명존중을 실현하고 생태환경 오염을 극복한다
△평화결사로 평화를 위협하는 남북간의 갈등과 종교의 권력화를 극복한다
△문화결사로 육근청정운동을 전개하여 혼탁해진 사회문화의 병폐를 극복한다
△나눔결사로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과 빈부격차를 극복한다 등이다.
이에 대해 스님은 “종단의 행정력을 무리하게 동원하여 결사 참여를 요구하기에 앞서 결사의 내용이나 중심축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결사체로 하되 환경운동이나 생명결사 같은 것은 시민단체나 이웃 종교와의 유대를 하여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스님은 ‘연기관과 동체대비의 중도행’이라는 불교의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결사체로서의 구체적인 목적과 행동지침이 제시돼 국민타계를 위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결사운동으로 확산돼야 함을 피력했다.
어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