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동국대 교수로 정년퇴임한 인환스님이 15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최근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겸 동국역경원장으로 취임한 스님이 지난 11일 충무로 한국의집에서 불교학술원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4일 출근을 시작해 업무파악 중이라는 스님은 여든하나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정을 갖고 학술원의 주요 추진과제를 설명했다.
학술원, 불교학 연구의 중심
한국불교문헌 집성 및 역주
디지털화해 콘텐츠로 활용
영어 번역…세계화 나설 것
불교학연구원은 지난 2009년 동국대가 특성화 분야 연구 활성화를 위한 교책연구기관 설치사업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산하 연구소와 연계해 국가에서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불교학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하려는 당초 계획과 달리, 지난 2년간 학술원의 연구 성과는 미비했다. 인환스님은 “설립취지와 달리 그간 활성화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새롭게 도약하는 학술원은 한국불교 연구에 초점을 맞춰 산하연구소와 함께 한국불교학 문헌을 집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불교 관련 모든 문헌을 집성한 뒤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활용하고, 끝으로 영역 작업을 통해 세계화하는 것이 불교학연구원의 최종 목표다.
이는 학술원이 추구하고 있는 (가칭)전통문화 세계화를 위한 불교기록유산 집성 역주 디지털아카이브 구축사업(이하 21세기 통합대장경 디지털아카이브 구축)으로 정리될 수 있다. 21세기 통합대장경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은, 동국역경원이 지금까지 담당해왔던 대장경 한글화를 뛰어넘는 것이다. 한국불교 관련 원전을 집대성해 역주를 다는 것을 1차 사업으로, 이를 디지털화해서 문화콘텐츠로 활용하는 2차 사업까지를 말한다. 3단계로 15년에 걸쳐 진행될 이 사업은 방대한 한국불교 자료인 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불교기록유산의 범주는 상상 이상이다. 불교원전만 해도 해인사가 소장하고 있는 8만1000 여매의 경판과 초조 및 재조대장경판본 등 고려대장경을 비롯해 한글대장경과 신라시대 이후 스님들이 찬술한 문헌을 모아 놓은 한국불교전서 등이 포함된다. 또 스님들 사기(私記)와 구결 또는 현토자료, 문집이나 실록에 수록된 자료 등 사상문화적 기록유산과 사지(寺誌)나 금석문, 사찰문서 등 사찰역사 기록유산까지 넣으면 더 광범위해진다. 여기에 의식, 의례집이나 범패 같은 음악유산, 구술이나 구전자료까지 포함시키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전반을 아우르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학술원은 고려대장경과 한국불교전서에 대한 역주작업을 추진하면서 단계적으로 불교기록유산을 집성해 DB를 구축하고, 영어번역 및 사전편찬 사업 등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환스님은 “부처님 8만4000법문만큼 많은 한국불교 자료를 단위 연구소에서 집대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학술원이 중심이 돼 디지털아카이브를 조성해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영역화 사업을 통해 세계화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밖에도 스님은 △간화선 국제학술대회 개최 △한국불교학 진흥 연구인력 양성 △한국불교학 진흥기금 모연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 마련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는 1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학술원은 종학연구소 주관으로 세계적인 불교학자를 초청해 간화선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를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또 ‘한국학으로서 한국불교학 확립’을 모토로 인문한국(HK)사업도 준비 중이다. 동국대는 그간 불교학 관련 HK 사업에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었다. 스님은 “4월 중 HK사업 관련 공고가 예정돼 있다”며 “산하 연구소와 연계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중점연구소 사업의 일환으로 불교문화연구원에 개설 중인 비교불교학협동과정과 역경인력양성을 위한 시범사업인 불교한문강좌를 발전시켜 한국불교학협동과정(석박사과정) 개설을 추진한다.
스님은 “국고보조금에 의존해 단기적 연차성과에 급급했던 과거 역경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불교학 진흥기금을 개설해 중장기적 사업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학술원이 한국불교학 연구를 대표하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 인환스님은…
1952년 효선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1953년 석암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56년 혜운스님을 계사로 각각 구족계를 수지했다. 동국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한 스님은 1968년 일본 유학길에 올라 동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경대 졸업 후 숭산스님과 북미포교에 나선 스님은 캐나다 토론토에 대각사를 설립, 7년간 머물며 한국선불교를 전했다. 1982년 동국대 교수 소임을 맡아 후학양성에 힘써온 스님은 불교대학장, 불교문화연구원장, 정각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1996년 정년퇴임했다.
■ 불교학술원이란…
2009년 설립된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동국대 불교학 연구의 기획총괄을 담당하는 교책연구기관으로, 산하 연구소간 유기적 관계를 조성해 불교학연구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기획하고 총괄하는 기관이다. 산하에는 기존의 불교문화연구원,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 동국역경원과 함께 올해 처음 설립된 종학연구소가 있다. 또 한국불교전서역주사업단과 조선불교사기편찬사업단 등 프로젝트사업단이 함께 속해 있으며, 전임연구교수 6명, 연구초빙교수 16명, 전임연구원 6명 등 41명의 연구인력이 상근하고 있다.
[불교신문 2712호/ 4월16일자]
2011-04-13 오전 11:47:53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