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부장 영담스님은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지난 15일 광저우에서 정협 외사위가 주최하는 ‘차하얼 공공외교 연례회의’에 참석해 주제 발표했다.
중국정부가 주최하는 공식 정치회의에 한국불교가 초청돼 제언했다. 조계종이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진행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종단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종단의 중국 교류채널인 중국불교협회와 국가종교사무국 외에 ‘정치협상회의’라는 새로운 창구를 개발해 한중불교뿐 아니라 한중 양국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구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국불교 세계적 위상 방증

‘정치협상회의’ 창구 신설

교류채널 다양화 모색

한중불교문화교류협회장 영담스님(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은 지난 15일 중국 광저우 장륭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차하얼 공공외교 연례회의 2011’에서 발제자로 참석했다.

중국의 최고정책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外事)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중국의 새로운 국제 이미지’를 대주제로 열렸다. 중국의 현재 국가 이미지에 대한 조명과 더불어 미래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이번 회의에서 영담스님은 ‘불교를 통해 본 중국과 중국인의 매력’을 주제로 발표했다.

영담스님은 한국과 한국인에게 중국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 분석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갖기 위해 무엇이 요구되는지 진단했다. 주제발표를 통해 영담스님은 “정부가 주체가 되는 공공(公共)외교란 의미는 21세기에 들어 다양한 민간 영역도 함께 주체가 되는 신(新)공공외교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를 바탕으로 영담스님은 “한국이 가진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위협적’이다”며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국제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급성장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스님은 “이런 이미지가 생긴 궁극적인 이유는 한국이 중국을 잘 안다는 생각에서 기인한다”며 “한중(韓中)은 유사 이래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고 유구한 세월동안 양국 관계는 공유(共有)와 공영(共榮), 견제와 전쟁을 반복하며 희비교차를 경험했기 때문에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완고한 유전자의 기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마음으로 한국 바라보는

‘이한국 관한국(以韓國 觀韓國)’론 주창

그렇다면 중국은 한국에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영담스님은 한마디로 “중국 특유의 매력을 찾아 보여줘야 한국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님은 한국과 중국은 기나긴 역사를 보내면서 다양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공유와 공영의 역사사례’가 있음을 주목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불교다. 한중 불교는 1700년 세월을 공유하고 있으며 전통 가치와 문화의 중요한 근원이자 최대 종교의 위치에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여기에 한국 불교도들은 중국불교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

영담스님은 “한국 불교도들은 역사적으로 양국의 주류 불교가 대승불교와 선종불교였다는 점에서 중국불교에 대해 동근(同根)의식을 갖고 있다”며 “더불어 대승불교와 선종불교의 가르침을 처음 한국에 전수한 스승들이 중국의 고승대덕이었기 때문에 동조(同祖)의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조계종은 중국 선종 6조 혜능스님이 주석하던 조계산에서 그 명칭이 유래했고, 혜능스님을 한국 선불교의 시원(始原)으로 숭앙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영담스님은 불교를 통한 중국의 매력 발산으로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고 설파하면서 구체적인 실천사례를 제시했다.
 

자주 만나 우의 다지는

‘면과 면 만남’ 활성화 제언

올해 고려대장경 조성 1000년을 맞아 해인사에 봉안돼 있는 대장경을 복각(復刻)해 한국과 중국 혹은 한중일 삼국에 분산 봉안해 ‘황금유대’의 증표이자 상징으로 삼자는 것이다.

또한 한중불교 교류의 획기적인 확대를 제안하면서 내년 한중수교 20주년 공식기념사업의 하나로 한국 원효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원효’의 중국 공연이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영담스님은 “중국 불교가 외적 성장뿐 아니라 내적인 면에서도 불교를 세계화한 주역의 면모를 회복하기를 바란다”며 “안타깝게도 한국 불교도들은 중국불교를 관제(官制) 또는 통제의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방법으로 중국의 눈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한국 혹은 한국인과 같은 시각과 마음자세로 한국을 바라보는 ‘이한국 관한국(以韓國 觀韓國)’론을 주창했다. 

금년 복각대장경 공동봉안

내년 韓中수교 20주년 기념

‘뮤지컬 원효’ 공연도 제안

행사 때나 만나 악수하고 인사하는 ‘점과 점’의 만남이 아니라 얼굴을 대면하듯이 자주 만나 친근하게 우의를 쌓는 ‘면과 면’의 만남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론에 이르러 스님은 “한국인의 유전자에 기억돼 있는 중국 불교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가 자손만대로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주제발표를 마무리했다.

이번 회의에는 중요성을 반영하듯이 중국 전.현직 장관급 인사와 장성 20여 명과 함께 영담스님 외에도 김경용 충북도 경제통상국장 등 10여 명의 한국측 인사와 일본, 대만 등 각국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공공외교 연례회의는 16일까지 이어졌다.

   
영담스님은 연례회의에 앞서 지난 14일 광저우 광효사를 방문해 주지 밍생스님(오른쪽)과 만나 환담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14일 영담스님은 육조혜능스님이 삭발염의하며 출가했던 광저우 광효사를 방문해 주지 밍생(明生)스님과 환담했다. 중국불교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밍생스님과 면담에서 영담스님은 한중불교의 우호 증진을 위한 제언을 주고받았다.

영담스님은 내년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중국 공연 예정 중인 ‘뮤지컬 원효’에 대해 설명하고 중국불교협회 측의 협조를 요청했고, 밍생스님은 “중국불교협회와 광둥성불교협회가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Tip.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더불어 양회(兩會)라 불리는 중국의 최고 정책 자문회의다. 줄여서 정협(政協)이라고도 하며, 1949년 9월21일 구성됐다.

1954년 전인대가 구성되기 전까지 국회의 역할을 수행하며 신(新)중국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인대보다 영향력은 적지만 다당(多黨)협력제를 표방하는 중국에서 공산당의 정책 결정에 앞서 다른 정당의 의견을 수렴해 사전 조율하는 공식 창구 역할을 한다. 전국위원회와 상무위원회로 구성되며, 국정 방침에 대하여 토의하고 제안.비판하는 역할 등을 수행한다.

외사위는 정협 산하 기구 중 하나로, 중국 외교와 관련한 자문 및 정책 제안을 담당한다.

 

■ 인터뷰/ 한팡밍 중국정협외사위 부주임

“이번 주제발표 폭 넓은 지지

공공외교 발전위해 협력할 것”

   
 
이번 연례회의는 중국 정협외사위가 주최하고 차하얼학회가 주관했다. 한팡밍(韓方明ㆍ사진) 중국정협외사위 부주임(차관급)은 차하얼학회 주석(대표)으로도 활동하고 있어 주최자이자 주관자인 셈이다.

한팡밍 부주임은 영담스님의 주제발표에 깊은 감명을 받고 제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표명했다.

한 부주임은 우선 “영담스님을 초청할 수 있어 영광스럽다”며 “중한 양국불교 교류는 이번 회의의 주제인 공공외교의 일부분이므로 영담스님의 제안은 회의 참석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한 부주임은 “스님의 제안은 중한불교 교류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의의를 담고 있는 만큼 전폭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 부주임은 내년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불교계가 추진하고 있는 기념사업에 주목했다. 한 부주임은 “이번 회의 이후에도 양국의 불교교류와 공공외교의 발전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며 “내년 중한수교 20주년을 맞아 ‘뮤지컬 원효’의 중국 공연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2770호/ 11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