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스님, 추석날 아침에 휴대폰을 보내주신 연꽃사진을 보며 도둑맞은 우리 절 연못을 생각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절 둘레의 문전옥답은 세월 속에서 남의 손으로 넘어가고 해마다 개구리들의 합창 경연장이 된 연못을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세월 속에선 토지의 소유권이 이런 저런 이유와 사정으로 바뀌는 것이 자연스럽다지만, 최소한 민족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사적지만은 똑같은 마음으로 보존되어야 하겠다는 바람을 갖고 관세음보살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J스님, 스님들은 요사채 지붕 밑이나 법당 처마에 꿀벌이 날아들어 집을 꾸미면 길조라고 좋아합니다. 우리 절 국사전 처마 밑에도 몇 년 전 꿀벌들이 모여들어 “윙 윙”거리며 집을 지어 좋아했습니다.

꿀벌들은 해를 끼치지 않으면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고 그저 열심히 날개 짓을 하며 산과 들을 헤매며 저희가 먹을 양식을 부지런히 모아 저희 나름대로 부지런히 삽니다.

국사전 밑을 지날 때마다 꿀벌들의 모습에서 근면하게 정진하는 목숨들의 교훈을 얻곤 했습니다. 추석이 지난 며칠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엄지손가락만한 말벌들이 나타나 처마 밑의 꿀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꿀벌들은 최선을 다해 침입자들에게 대항하였지만 곧 처참한 주검이 되어 하나둘씩 떨어지더니 수북한 시체더미를 이루었습니다.

서민들이 뼈 빠지게 일해서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저축은행에 맡겼더니 운영자들이 부실·불법대출로 서민들의 돈을

갈취하는 것이 자연계에서 말벌과 같음을 알았습니다

저 역시 꿀벌들을 위해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몇 번 휘둘러보았지만 말벌의 반격으로 어찌 할 수 없었습니다. 말벌들의 집요한 탐욕과 공격으로 꿀벌 집은 맥없이 허물어지고 말벌들은 억센 턱으로 꿀벌의 애벌레들을 집어 들고 저희들의 집으로 날아갔습니다. 급기야 꿀벌들은 못 견디겠는지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꿀벌무리들이 석양녘에 무리를 지어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튿날 우리 절 극락전 복원을 위해 마당에 정리한 기단석 틈에 숨죽이고 있는 꿀벌무리들을 건축기사들이 발견했습니다. 꿀벌들은 약간 움직거릴 뿐 날아오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적당한 장소를 찾으면 날아가겠지’ 생각하고 내버려두었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고 거의 일주일이 되어도 옮겨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전 그것 또한 걱정이 되어 인근에서 양봉을 하는 분을 불러다 꿀벌을 벌통에 옮기게 해 주었습니다.

말벌들의 무참한 침략을 받은 꿀벌들을 보며 요즈음 뉴스시간에 빠짐없이 나오는 저축은행 사태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서민들이 뼈 빠지게 일해서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저축은행에 맡겼더니 은행의 운영자들이 부실, 불법대출로 서민들의 돈을 갈취하는 것이 자연계에서 말벌과 같음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사람의 마음속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탐욕의 소산이라 생각됩니다. 제 것이 아니면 손대지 말라는 성현들의 가르침을 위배하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탐욕에 제 마음을 맡기어 일어나는 어리석음을 보았습니다.

“황금이 수미산 같이 쌓여있다 해도 중생들의 탐욕을 채울 수 없다.” 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일찍이 중생들의 속내를 간파하셔서 하신 말씀일 겁니다. 채워도 채워도 채울 수 없는 중생들의 욕심은 이웃을 망치고 우리들의 관계를 파괴하고 종내에는 제 자신까지도 망가트리는 무서운 것입니다.

자기만 소중하고 자기만을 위한 행동 때문에 전체를 어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자기 성찰의 지혜는 계향.정향.혜향의 향기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았으면 합니다. 삼가 부처님 전에 오롯이 향 피워 발원합니다. 계향의 청정함에서, 마음 맑히는 향기로, 모든 삶 풍성히 이끄는 지혜를 주소서!

[불교신문 2757호/ 10월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