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5일부터 3일간 열린 ‘제60차 108산사순례기도회’에 참석한 선묵스님과 신도들이 은해사에 들어서고 있다.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 제60차 법석이 제10교구본사 은해사에서 지난 9월15일부터 17일까지 3일 동안 여법하게 펼쳐졌다.

은해사는 신라의 진표율사가 “한길 은색 세계가 바다처럼 겹겹이 펼쳐져 있고/ 오직 한 줄기 은빛 밝은 길이 있어서/ 고해의 중생들로 하여금 극락에 이르게 하네(一道銀色界如海重重 唯有一道銀色路 苦海衆生得彼岸)”라는 그의 시 ‘관견(觀見)’에서 아름답게 표현한 불도량(佛道場)이다.

또한 팔공산은 가는 곳마다 불보살님은 물론, 나한상 등이 무궁무진하게 조성되어 있어 그 모습이 마치 은빛바다가 출렁이듯 찬란하고 웅장하다.

천정에 36궁 도솔천의 모습을 그린 ‘팔공산 은해사’ 일주문을 통과하자 어디선가 늦더위를 가시게 하는 시원한 한줄기 가을바람이 가사자락을 훔친다. 5000여 명의 순례단을 맞기 위해 은해사 주지 돈관 스님이 대중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는 순간 회원들은 먼 바다에서 이는 은빛파도처럼 화안대소(花顔大笑)했다.

은해사만 은빛바다가 아니라 108산사순례기도회원 모두가 적멸로 가는 은빛바다의 목어였다. 은해교를 지나 보화루에 들어서자 웅장한 극락보전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한가운데 400년 먹은 향나무가 교교하게 그 자태를 자아내고 있다.

기도회원들은 앞마당에 앉아 곧 기도에 들어갔다. 천수경 독송과 사경이 끝나고 108참회 기도소리는 팔공산을 울리고 은빛바다인 사찰 앞마당에 은은하게 퍼졌다.

순례를 통해 불교가 어떤 종교인지 알고

내가 누구이며 ‘참 나’ 찾는 계기 돼

“나는 보살이고 타인은 미혹한 중생이라 생각하지 않겠나이다. 생사번뇌는 무상하며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 생사가 그대로 열반임을 명심하겠나이다. 열반은 생사의 한가운데 있고 따로 존재하지 않음을 명심하겠나이다. 보살도를 구하는 나는 탐욕을 버리고 중생을 제도하겠나이다.’(백팔참회기도문 중 39~42절)”

기도회원들은 신심으로 부처님께 108참회문을 마음속으로 되 내이며 극락보전 부처님을 향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렸다. 참회의 모습들은 다름 아닌 화장세계 그 자체였다. 그렇다. 오늘 우리들이 서 있는 이곳 앞마당이 바로 극락이며 주인임을 알았으리라.

은해사는 조계종 제10교구본사로서 신라 헌덕왕(809년) 때 혜철국사(惠哲國師)가 해안평(海眼坪)에 창건한 사찰로 처음에는 해안사(海眼寺)라고 부르다가 고려원종 5년(1264년), 홍진국사(弘眞國師)가 중창했다. 조선인종(1545년) 때엔 소실되었고 명종(1546년) 때 지금의 자리로 옮겨지었다.

이때 법당과 비석을 세워 인종(仁宗)의 태실(胎室)로 봉하고 은해사라고 불리기 시작하였다. 그 후 선조22년(1589년)에 법영, 의연, 광심스님의 원력으로 다시 중창돼 대가람이 되었다가 현종 13년(1847년)에 또다시 불탄 것을 후에 팔봉, 해월스님이 중수한 곳이다.

이번 은해사 순례는 중국 법문사 불지사리를 도선사에 모시고 수기(授記)처럼 ‘108산사순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순례를 나선 지 꼭 5년째가 되는 날로서 매우 의미가 깊다. 실로 뒤돌아보면 세월이 주마등처럼 빨리 흐르는 것 같지만 진실로 나와 우리회원들은 삼배일보를 하는 심정으로 순례를 나섰던 것이다. 그 와중에 우리는 불보살님의 가피로서 무사히 순례를 여법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북녘 동포 위한 쌀 모으기 운동 전개

은해사 주지 돈관스님도 흔쾌히 동참…박수 갈채

나는 이번 은해사 순례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다름 아닌 지난 2008년 제21차 동화사 순례 때의 일이다. 그 때 농촌다문화인연을 맺었던 한 다문화가족은 아기를 가진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 순례에서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이번 은해사 순례에 함께 온 것이다.

우리 회원들은 네 살짜리 꼬마를 마치 ‘108산사순례’에 찾아온 귀인(貴人)인 양 너무도 기쁘게 맞이했다. 이런 하나하나가 모두 108산사순례가 빚어내는 작은 기쁨이다. 마음을 울리는 감동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 우리 모두가 함께 기도하며 보현행원을 실천할 때만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108산사순례가 만들어 내는 작은 기적이기도 하다.

어떤 기도회원은 “순례를 통해 불교가 진정 어떤 종교인지를 알게 되었으며 내가 누구인지 참나를 찾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선묵 혜자스님이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또 어떤 회원은 한 달에 한 번만 순례를 해도 되는데 삼일씩 다닌다고 했다. 그분은 60회 동안 무려 180일을 다닌 것이다.

   
108순례기도 회원들이 북한동포를 돕기 위한 쌀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정성이 있는 한 108산사순례의 성과는 매우 크다. 또 어떤 보살님은 늘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산사순례를 기다리고 있으며 봉사와 보시를 하고 나면 한 달 내내 마음이 즐겁다고 한다. 칠십이 가까운 보살님은 산사순례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분은 기도를 통해 자신을 참회하고 업장을 소멸하고 있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108산사 순례가 만들어내는 기쁨이며 그들이 바로 보현행을 실천하는 보현보살이다.

나는 제59차 청양 장곡사 순례부터 북녘동포를 돕기 위한 공양미 300석 모우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번에도 은해사 주지 돈관스님께서 40kg 40가마를 기꺼이 내 주셨다. 북한은 지난 7~8월에 여의도 면적에 42배에 이르는 지역이 피해를 입어 수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딱한 사정을 우리 기도회 회원들은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영석 영천시장은 이날 순례단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와인산업의 중심도시 영천방문을 환영한다. ‘농촌사랑, 장병사랑, 환경사랑, 효사랑, 108선묵 장학금, 108약사여래환자보시금 등 선행을 펼치고 있는 순례 기도회의 마음은 항상 부처님을 향하고 몸은 중생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현행원의 길을 걷고 있다. 근심과 나쁜 기운은 모두 은해사에 내려놓고 좋은 기운들만 다 가져가고, 국제수준의 영천경마공원 조성과 산업단지 조성, 와인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는 영천투어에도 꼭 한번 참여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로서 농촌 다문화 인연맺기는 안혜선-웬티팅(베트남), 이춘재-쉬바이코올가 씨(러시아)가 각각 111, 112번째의 인연을 맺었으며 108효행상은 정연정(선화여고3), 108선묵 장학금은 이고은(선화여고2), 김세영(선화여고3), 강보경(선화여고1) 양이 각각 수여했다.

108약사여래 보시금은 뇌 이상으로 투병 중인 김정도(영천시 신녕면)씨에게 돌아갔다. 108산사순례기도회는 오는 16일 장충체육관에서 5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 은해사 주지 돈관스님 - 108산사순례기도회를 맞이하며

“5000 보현행자 행렬 자체로 감동”

   
 
한국불교 신행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108산사순례기도회’가 기도, 선문, 교육의 도량이며 은빛바다가 출렁이는 제10교구본사 은해사를 찾아주신데 대해 정말 기쁩니다.

선묵혜자스님과 분홍빛 108산사순례단복을 입은 5000여 명의 보현행원들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팔공산 은해사 일주문을 지나 경건하고 여법하게 극락보전을 향해 걸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 사부대중들은 그야말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은해사는 혜철국사가 창건한 천년 미타도량으로 불보살, 나한님이 중중무진 계셔 그 모습이 마치 은빛바다가 춤추는 극락정토와 같고, 안개가 끼고 구름이 피어날 때면 그 광경이 은빛바다가 물결치는 듯 하여 붙어진 이름입니다.

또한 극락보전, 보화루, 불광각의 삼대 편액이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채워진 유서 깊은 곳입니다. 팔공산은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듯 동쪽의 토함산, 서쪽의 계룡산, 남쪽의 지리산, 북쪽의 태백산 등과 함께 신라의 다섯 호랑이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 와서 5000여 명의 보현행원들이 늦더위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질서 정연하게 기도와 사경을 하시는 모습은 실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여기에 그 어떤 미사여구가 필요하겠습니까. 이 모든 것은 선묵 혜자스님과 108산사순례 회원들이 전생에 깊은 법연(法緣)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불가의 인연은 그냥오지 않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천년 법연으로 맺어진 인연임을 여러분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이보다 더 귀중한 인연은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렇게 길고 긴 9년간의 대장정을 함께 하시며 늙어가겠습니다. 그 모습이 진정으로 아름답습니다.

오늘날 한국불교는 포교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우려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시점에 108산사순례기도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한국불교의 포교를 위한 물심양면으로 노력하시는 선묵 혜자스님과 산사순례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격려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소중하게 순례를 여법하게 행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불교신문 2756호/ 10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