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일체 중생을 돌아보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부처님의 지혜덕상을 갖췄건만 다만 망상과 집착으로 인해서 증득하지 못할 뿐이다(普觀一切衆生 具有如來智慧德相 但以妄想執着 而不證得)’    - <화엄경> 여래출현품

<대방광불화엄경>(이하 ‘화엄경’)은 비로자나부처님이 보리장(菩提場)에서 처음 정각(正覺)을 이룬 후 일곱 곳 아홉 법회(七處九會)에서 한 목소리로 단박에 연설하신 법문이다. <화엄경>의 가르침은 우리 불성에 딱 들어맞는 법문으로 칭성법문(稱性法門)이라고도 불린다.

경문은 부처님이 모두 일곱 곳에서 아홉 번 법회를 여신 법문이다. 고승대덕이 오주사분(五周四分)으로 판별해 정밀하고 상세히 연구한 해석은 예나 지금이나 정평 있게 통하고 있다. 제1법회는 비로자나여래가 설한 의보(依報)와 정보(正報)의 인과법문이다. 경문은 11권 6품이다. 다음의 여섯 법회는 십신(十信).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回向).등묘(等妙)의 이각(二覺) 법문을 차례로 설한 41권 31품이다.

제8법회는 세간을 벗어나는 법문이다. 보혜(普慧) 보살이 200가지 질문을 구름 일듯 던지니, 보현(普賢) 보살이 이에 화답해 2000게송을 감로병 기울이듯 쏟아내며 인과 수행의 모습을 거듭 밝힌 것을 말한다. 이는 7권 1품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생명체는 부처님의 지혜와

공덕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중생심 탓에 능력 발휘하지 못해

제9법회 하나는 기본과 말미로 나뉜다. 여래가 모습을 나투시고 빛을 발하면서, 뭇 보살들께서 마음 속 생각으로 과보바다(果海)의 사항에 관해 청한 30가지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그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증득하도록 하신 부분이 기본 법회(本會)이다. 다음으로 문수보살이 복성(福城)의 동쪽 끝 큰 탑묘(塔廟) 앞에서 6000 비구들한테 단박에 십신(十信)이 마음에 충만함을 증득하도록 하시고 나서, 선재동자(善財童子)한테 남쪽으로 뭇 선지식을 참방하러 떠나도록 이끄신 부분이 말미법회(末會)이다. 이는 21권 1품이다.

이전의 38품이 법계의 인과를 널리 담론했지만 단지 믿음을 내고 해오를 열어 수행을 시작함으로써 정진하도록 이끈 것뿐이었다. 여기에 이르러 비로소 증득해 들어간(證入) 것이다. 정말로 이 증득이 없다면, 앞의 신심과 해오와 수행은 모두 물거품 같기에 부처님은 화엄경의 끝을 증득으로 끝맺었다.

<화엄경> 전체의 대강 요지는 ‘오직 하나의 참 법계(唯一眞法界)’라 할 수 있다. 무릇 삼라만상으로 원만히 포괄하는 것은 오직 한마음(一心)이니, 몸통(본체)을 보면 온전히 참이어서 서로 녹아 통하고 서로가 서로를 포섭한다는 말씀이다. 이것이 뭇 부처님들이 지극히 증득하신 과보의 바다이자, 또한 중생들이 본디 지니고 있는 마음의 원천이다.

이 가운데 여래출현품의 “普觀一切衆生 具有如來智慧德相 但以妄想執着 而不證得”이라는 구절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부처님과 똑같은 지혜와 공덕과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씀이다. 하지만 망상과 집착, 즉 중생심 탓에 지혜와 공덕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말씀이다.

60권 <화엄경>의 제1장 제1절 제1품이 세간정안품인 까닭이다.

세간을 보는 눈에는 우리 같은 중생의 눈(染眼)과 부처의 눈(淨眼)이 있다. 부처님은 진리를 깨닫고 깨달은 눈으로 보니 모든 사람들은 부처와 똑같은 지혜와 공덕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주위에 골치 아프고 짜증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우리의 잘못된 망상, 업 때문이다. 모두가 부처인 것을 우리는 모르고 산다.

[불교신문 2723호/ 6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