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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권스님 / 군위 인각사 주지 | ||
며칠 전 새벽에는 경북 왜관의
105년이 지난 호국의 다리가
거센 물결에 주저앉았습니다
하잘 것 없는 욕심에서
질서붕괴는 응보의 비수가 되어
우리의 가슴을 겨누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체는 비와 바람으로 젖고 있습니다.
J스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매일 사시 불공을 드리기 전에는 딱딱한 목청을 이완시키려고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차를 마시다 문득 건너편 산자락을 보니 한 소나무 위에 백로 두어 마리를 비롯한 여름 철새들이 비를 긋고 있었습니다.
우리 절은 위천가에 자리 잡은 연고로 매년 초여름에는 철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짓곤 하는데, 이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나곤 합니다. 해마다 위천에는 수많은 여름 행락객들이 몰려 텐트를 치고 왁자하게 노는 것이 그 까닭입니다. 사람들 때문에 새들이 먹이를 섭취할 수 없으니 떠날 수 밖 에 없습니다.
새들이 자리를 잡으려던 소나무에게는 다행이지만 (새들의 배설물은 요산 덩어리여서 나무가 죽거든요) 새들에게는 번식의 귀한 기회를 놓치는 불행이지요.
J스님, 제방선원에서 정진할 때 구참선객에게 들은 말인데, 옛날 어느 사미가 노스님을 시봉하며 아침 포행을 나섰다고 합니다. 어린 사미는 이른 아침 나뭇가지 사이에 쳐진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떼어 주었다 합니다. 그러자 노스님은 사미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이놈아! 거미는 네가 먹여 살려라” 하셨답니다.
요즈음 사람들이 자연을 이용하여 삶을 영위하는 것이 지나쳐 자연에 개입하고 자연을 개조하여 자연은 그 성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 새벽에는 경북 왜관의 호국의 다리로 유명한 105년이 지난 다리가 거센 물결에 힙쓸려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세운지 105년이 지나고, 전쟁의 포화도 비껴간 다리가 지나친 준설로 인한 거센 유속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천지만물이 한 가지 뿌리에서 비롯되었고 사람 역시 천지만물의 한 부분인데, 하잘 것 없는 욕심에서 질서를 붕괴하고 질서의 붕괴는 응보의 비수가 되어 우리의 가슴을 겨누고 있습니다.
며칠 전 우리 절 삽사리를 데리고 저녁 포행에 나섰는데, 여기저기 기웃하며 뛰놀던 햇개삽살이가 “꺼겅”하고 놀라더니 절 쪽으로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쳤습니다. 자세히 보니 산짐승을 막고자 친 전기울타리에 닿았던 모양입니다. 사람은 먹고 살고자 밭을 일구고 울타리를 치고 산짐승도 먹고 살고자 경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거니와 사람과 사람의 사이도 개인적.집단적 이익 혹은 명예와 탐욕을 채우기 위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상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그 불합리를 보고 느끼면서도 행여 지적하는 것이 자신에게 불이익이 될까봐 눈을 감고 외면하고 사는 것도 현실입니다.
몇 달 전 한 스님의 49재에 참석했을 때 한 선배스님이 백을 백이라 말하고 흑을 흑이라 말할 수 있을 때가 참 공부자리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참회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자리이타행을 할 수 있다면 천지만물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일까요?
뜬금없이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고독은 욕되지 않으나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간 기술사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J스님, 내내 청안하십시오.
불교신문 2734호/ 7월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