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스님! 지난 겨울은 혹독했으나, 어김없이 봄은 오고 있습니다. 위천가 버들강아지의 솜털은 뽀송하게 오르고 있고 어느덧 텃새가 되어버린 백로는 냇가에 앉아 먹이감을 노리고 있습니다. 저녁나절 비는 보슬보슬 내리고 있고 내일은 종일 비가 온다는 소식입니다.

이 비가 그치면 강 언덕에는 풀빛이 더욱 파래지겠지요. 우리가 출가를 할때 나름대로의 “꿈”이 있었지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자와 “위없는 큰 깨달음”을 얻는 꿈, 아님 세상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법음(法音)을 전하고자 했던 것. 또는 경전을 연구하여 학문적 대성(大成)을 이루고자 했던 것. 등등 여러 가지 꿈을 꾸었겠지요,수행의 길로 들어선지 수 십년이 지난 요즈음 “ 나의 꿈”은 이루어졌을까요?

돌아보면 어느것 하나 이루지 못하고 시은(施恩)만 소비한 꼴이 아닐까? 라는 자괴감이 들곤 합니다. 마르틴 루터 킹 목사를 유명하게 한 첫 일성(一聲)은 “I have a dream. 나는 하나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는 말이였지요. 그 말이 1960년대 당시 사회적, 정치적으로 핍박받고 있었던 전미(全美)의 흑인들을 각성시킨 말이 되어 그들 스스로의 권리와 자유를 쟁취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수행의 길로 들어서면서 ‘위 없는 깨달음’을 구하고 

사람들에게 법음 전하는 나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꿈”은 무엇일까요? 꿈은 스스로의 희망일 수 있고 꿈은 인생의 목표내지 목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물신(物神)을 향한 맹종은 스스로를 사람이길 포기하게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특정 상표의 자켓을 입지 않으면 업신여김을 당하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끼리끼리 어울려 저들만의 우월성을 자랑하고, 기운 센 아이들은 친구들 위에 군림하여 저들의 힘을 뽐내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에게 배우는 달콤하면서도 못된 학습을 받은 결과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볼 땐 단군 이래 물질적으로도 제일 형편이 좋을진대, 왜 자꾸 물질에 목말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002년 여름 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슬로건 밑에 온 국민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 열광의 도가니 속에 있었지요. 당시 저는 모 선원에 있었는데 한국과 외국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 입승스님이 “대중스님들 아셨지요?” 하면 선원대중은 저마다 구멍을 찾아 나름껏 TV가 있는 방에 숨어들어 큰 방은 텅텅 비었습니다.

대한민국 vs 이탈리아 경기가 아직도 꿈결 같습니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월드컵 4강 진출의 꿈을 이루어냈습니다. “꿈”이라는 것 이것이 사람을 힘 있게 하기도 하고, “과도한 꿈”은 사람을 지치게도 합니다. 우리 민족이 몽고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때 일연스님께서는 삼국유사를 평이한 문체로 집필하신 것은 우리 민족에게 절망 가운데에도 지치지 말고 “꿈”을 심어주기 위한 방편인지도 모릅니다.

올바른 꿈을 꾸게 하고 부지런히 노력하여 그 꿈을 이루고, 이룬 꿈으로 너와 나를 차이두지 말고 균일하게 최선을 다해 돕게 한다면 세계일화(世界一花)의 꿈은 이루지 않을까요. 만해스님의 봄꿈(春夢, 춘몽)이라는 시 한수가 생각납니다.

夢似落花似夢

꿈은 낙화 같고, 낙화는 꿈 같으니

人何胡蝶蝶何人

나비는 어찌하고 사람은 어찌하나

蝶花人夢同心事

나비의 꽃, 사람의 꿈이 매한가지이니

往訴東君留一春

같이 가서 해(日)더러 한 봄만 더 남기라지.

아마도 봄날이 점점 저물어가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시(詩)겠지요.

J스님! 좋은 봄날에 좋은 꿈 한번 꾸어보자고요.

[불교신문 2795호/ 2월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