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머시코리아 이사장 현진스님과 고 김정순 씨의 남편 황영석 씨.
“같이 포교전단지를 만들어 가가호호 방문했던 게 생각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쏟고 말았네요. 그런 사람이 후원까지 하고 갔으니….” 지난 2일 여의도포교원에서 만난 현진스님은 고(故) 김정순(67, 법명 관음화)씨와의 첫 인연을 묻는 질문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 씨는 현진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국제구호단체 월드머시코리아에 1000만원을 보시하고 세상을 떠났다.

스님과 김 씨와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27법난 이후, 대중불교운동을 시작한 스님 앞에 김 씨가 나타난 것이다. 1982년 서울 관악구 남현동에 첫 포교원을 열었지만 불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현진스님은 “국가의 부당함에 나서는 불자는 많지 않고 승복을 입고 다니는 것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험난한 시절에 법당 문을 처음으로 두드린 고마운 보살”이라며 “전단지를 넣은 가방을 둘러메고 강남터미널 앞에서 전단지를 배포하고 아침저녁으로 공양을 챙겨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님에게 김 씨는 ‘포교 운동의 1호 보살’이다. 스님은 “젊은 보살이 거리에서 포교에 앞장 서 줬으니 저절로 용기가 생겼다”며 “무슨 인연인지 이사 가서도 꾸준히 절에 왔다”고 말했다.

김 씨의 후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근검절약이 몸에 베여 용돈을 아껴 모아 월드머시코리아에 정기적인 기부를 실천해 왔다. 반야심경 사경을 매일 하는 신심 깊은 불자이기도 했다. 이같은 자비나눔은 이제 남편 황영석(69)씨가 실천한다. 황 씨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깊었던 사람이어서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봉사와 나눔으로 자비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불교신문 2887호/2013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