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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산 (석림4기 동문회 이사, 현 동국대 교수) (소식지5호) 0
 작성자: 석림회  2010-02-01 13:58
조회 : 4,903  

 

임제선사께서 “곳에 따라 주인이 되면 있는 그 곳이 모두 참사람의 처소(隨處作主 立處皆眞)”라고 하였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내가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움직이고 있거나 간에 자기가 자기의 참 노릇을 하라는 의미다. 어떤 위치에서나 자기의 일을 걸림 없이 원만히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과거를 회상해보고 현재 나의 마음이 어떤 대상을 알아차리고 인식하면서 무언가를 적합하게 형성해 가고 있는가? 부처님의 깨달음인 연기법은 현실 긍정법이다. 어떤 상항이든 옳고 그른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림과 동시에 밝은 지혜로 대응하여 처리하는 방법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바로 알아차리는 직감이 눈이 딱 마주침에 도가 있다(目擊道存)는 말이다. 현재 위치하고 있는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의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향상의 정진은 반드시 불조의 혜명을 이어가는 길일 것이다.

우리 석림인은 일찍이 출가하여 신심으로 부처님과 조사들이 베푸신 자비의 문을 따를 것을 맹세하고 다짐하며 정진하는 불제자이다. 그런데 현재 나는 진정한 불조의 길을 따르고 있는가를 깨어있는 마음으로 점검해 보자. 참회는 때와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깨어있는 마음으로 항상 돌이키고 점검하며 새롭게 향상하는 것이다.

보조지눌스님께서 당시의 교계를 걱정하며 결사를 단행하며 발표한 󰡔정혜결사문󰡕에 한 말씀을 되새겨보자.

 

“불조께서 자비로 중생을 위해 베푸신 문을 자세히 살피니 요컨대 우리들로 하여금 모든 반연을 쉬고 마음을 비워서 가만히 계합하므로 객관에 끌려 다니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경에 ‘만일 사람이 부처의 경지를 알고자하면 마땅히 그 마음을 허공처럼 깨끗이 하라’고 하셨다. 대개 보고 듣고 익히는 자가 마땅히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고 스스로 지혜롭게 관조하여 말씀하신 그대로 수행하면 스스로 불심을 닦고 스스로 불도를 이루어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한다 하리라. 그러나 우리들이 조석으로 하고 있는 자취를 돌이켜 보면 불법을 빙자하여 「나다 남이다」하여 상만 조장하고 명예와 이해의 길로만 쫒으며 욕망의 세태에 빠져 도덕은 닦지 않고 옷과 밥만 허비하니 비록 출가하였다고 하나 무슨 공덕이 있겠는가.”

 

참으로 현실에도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 드려서 각자의 위상에서 간절히 반조해 보자. 출가 수행자가 자신의 그 본분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사회로부터 빈축을 사게 되고 믿고 따르던 신도들도 신뢰를 잃어 실망을 느끼고 떠나게 된다. 항상 정화다 개혁이다 하고 부르짖으며 파사현정의 당간을 세운다고 하면서 구호에 거친 사구의 구두선에 지나지 않고, 권력과 이해에만 몰입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참담한 생각을 갖는 사람도 많이 있다.

승가는 수행이 본분사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 수행자의 본분을 잃어서는 안 된다. 참다운 수행자는 분열하지 않고 시비하지 않고 명리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항상 참회하면서 신심으로 다지고 화합하면서 배우고 익히며 하심으로 정진해야 한다.

나는 하심하는 수행으로 조석으로 금강경을 독송하고 항마진언을 외우며 내 마음에 삼독심과 특히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기를 발원하고, 광명진언을 외우며 반야의 지혜가 성취되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이산혜연선사발원문을 외우며 나도 이와 같은 발원이 꼭 성취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나는 매학기를 시작하면서 학인들과 결제하는 자세로 매 강의시간마다 죽비로 시작과 끝을 맺는다. 백일간의 결제기간 동안 학인들은 나의 도반이다. 같이 정진하기 때문이다. 한철 안거를 지나면서 공감대가 잘 이루어져 지식의 전달과 이해가 원만하게 형성되어 그들의 마음에 환희로움이 나타나기를 가만히 살펴본다.

나는 오늘도 되돌아본다. 나의 자리에서 수행자로서 스승으로서의 참다운 노릇을 잘 하고 있는지를 돌이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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