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이 지나고 경인년 새해가 밝아 왔다. 부처님 말씀에 "변치 않고 가만히 멎어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세월 또한 가고 오는 것이 순리이다. 하지만 세월 따라 함께 온 귀밑 흰머리가 어찌 말이 없다 하겠는가? 이렇듯 세월은 검은 머리를 파뿌리로 만들어 가는데 작년 한해는 어떻게 살았고 또 금년 한해를 살아 낼 것인지가 문제다.
우리 석림인의 살림살이 또한 매 한가지다. 1964년도에 고고의 성을 내며 종비 1기로 시작된 신접살림이 이제는 46년이 되었다. 불혹을 지나 지천명을 향하고 있다. 화계사에서 곁방살이로 출범한 우리 석림호는 이제 어엿한 현대식 건물의 기숙사에서 후배스님들이 면학에 진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아우 석림인도 양적으로 성장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1300여명의 석림 동문 스님들이 전국에 포진하여 수행과 불사현장에서 각자의 이상을 다듬어 내며 불법홍포에 피와 땀을 쏟아 내고 있다. 흘러간 46여 성상의 석림인의 역사 속에서 한국불교가 고동치고 있는 것이며, 발전해 가는 한국 불교사의 선두에 서서 그 기능을 다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석림 세월은 그렇게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내며 불교사를 엮어 냈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오는 석림사를 어떻게 써 내려 갈 것인가 크게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4년 뒤면 50년 반세기가 된다. 강산이 다섯 번 바뀌는 결코 짧지 않는 세월이 우리 석림인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양은 질을 구축한다 했다 이제는 내실을 기하면서 좀 더 역동적이고 실리적이고 희망이 있는 역사를 써 내려가는 석림인의 안목이 열려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한문중심의 불교학이 원전중심으로 아세아적 안목이 전 세계권을 지향하는 의식전환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승가의 화합으로 공동체중심의 승가로 불교의 영역을 넘어 세상과 함께하는 세간해의 불교로 거듭나는 경인년을 맞았으면 좋겠다. 한국불교와 석림은 동전의 앞뒤로 한몸이고 한국불교사에서 영원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귀밑의 흰머리가 쏟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유한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유한한 석림인은 무한한 우리의 모태요 요람인 석림을 위해 수준 높은 불사를 위해 역사속으로 힘차게 뛰어 들어 올 한해 호랑이처럼 크게 포효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수행과 포교 현장에서 진력하시는 석림동문선후배 스님들의 법체청안 하심을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