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가자가 급감하는 가운데 출가학교가 새로운 출가의 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월정사를 중심으로 출가학교가 꾸준한 성과를 내자, 최근 봉녕사와 해인사 등에서도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조계종도 출가 활성화를 위해 출가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과 졸업생들의 수계 절차 간소화 등 제도 개선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출가자 감소는 한국불교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다. 2015년 204명이었던 출가자는 2021년부터 100명 이하로 떨어졌고, 2022년에는 64명까지 감소했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84명, 81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1990년대 연평균 300여 명, 2000년대 250여 명이 출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감소한 수치다. 조계종 스님의 80% 이상이 50대 이상일 정도로 노령화가 심각해지면서, 말사 주지 부족으로 폐사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종단이 출가자 감소를 ‘한국불교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문제’로 규정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출가학교는 출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직접 출가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출가 체험 프로그램이었지만, 최근에는 ‘출가를 직접 경험하는 장’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평창 월정사(주지 정념 스님) 출가학교는 지난 22년간 68기를 운영하며 3000여 명이 이수했고, 그중 300여 명이 출가했다. 기수마다 평균 3~5명이 출가를 결심하며 최근 진행된 68기에서도 3명이 출가를 결심했다. 월정사 출가학교는 일반사찰의 수련회나 템플스테이와 달리 출가자의 일과를 그대로 체험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 참가자는 삭발이 의무이며, 여성 참가자는 희망자에 한해 삭발한다. 하루 세 차례 예불과 수행, 삼보일배, 울력, 발우공양 등 출가자의 일상을 그대로 따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월정사 출가학교 학감 지우 스님은 “출가학교는 한 달간 세간을 떠나 행자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라며 “꾸준한 관심 속에서 출가문화 확산과 불교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가학교를 개설한 수원 봉녕사(주지 진상 스님)도 29명의 졸업생과 1명의 출가자를 배출했으며, 올해 1월 25일 졸업한 3기에서는 3명의 참가자가 정식 출가 의사를 밝혔다. 봉녕사 출가학교 프로그램도 여성 대상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월정사와 운영 방식이 비슷하다. 봉녕사 출가학교 입승 능윤 스님은 “출가학교를 통해 스님들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었고, 부처님 법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에 필요한 정신을 전하고자 한다”며 “출가자 감소에 대한 대안뿐 아니라 불안과 갈등을 겪는 현대인들에게도 삶의 변곡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월정사와 봉녕사 출가학교가 성과를 내면서, 이를 모델로 한 단기출가 프로그램도 확산하고 있다. 거창 붓다선원은 2023년부터 매년 한 달간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3년과 2024년 각각 9명이 참여해 이 중 3명이 정식 출가했다. 합천 해인사도 2022년부터 ‘청년객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19~35세 청년들에게 7~10일간 사찰 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청년객실’ 이용자 중 2명이 출가를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출가학교와 단기출가 프로그램이 출가로 이어지는 이유는 출가 생활을 직접 경험하며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가를 결심해도 사찰의 생활이 막연했는데, 출가학교에서 직접 경험하며 그 막연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행자 생활 중 환속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출가학교에서는 2~3주간 출가자의 삶을 경험하며 막연한 두려움과 의문을 해소할 수 있다.
11년 전 월정사 출가학교에서 발심한 지우 스님은 “새벽예불, 울력, 발우공양 등 출가자의 삶을 직접 경험하며 점차 자신감을 얻었고, 졸업할 즈음엔 출가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봉녕사 출가학교 1기 출신인 여초 행자도 “한 달간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런 삶을 산다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출가학교의 모든 과정이 출가를 결심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에 따라 조계종도 출가학교 활성화에 관심을 두고, 제도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종회 출가장려를위한특별위원회(위원장 정범 스님)는 출가학교 등 사찰 단기출가 과정을 이수한 출가 희망자에 대해 행자교육 및 수계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월정사와 봉녕사 출가학교 운영 방식을 매뉴얼화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종단이 지정하는 출가학교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계단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출가학교 제도 개선을 위한 절차를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조계종 교육부장 덕림 스님은 “출가자는 한국불교의 미래다. 출가학교가 출가로 향하는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해온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2025년 조계종 추가경정 예산에 출가학교 및 출가 관련 프로그램 지원 항목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권역별 출가학교 운영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법보신문 2025.02.0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