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행해진 ‘98년 멸빈자 경감 조치에 대해 98년 승려대회정신과 종헌종법 질서를 유린한 행위라는 입장을 발표한 도법스님은 “종단불화의 새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도법스님은 오늘(16일) 오후 불교포커스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하면서 “절차상 문제가 명백한 이번 경감 조치는 정치적 합의만 이루어지면 승가정신과 종헌질서는 무시해도 된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사면조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비판의 본질”이라고 강조한 스님은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대책위를 구성해 종단의 과거사 안팎을 다시금 살피고, 98년 멸빈자에 대한 조치도 함께 결론짓는 것이 불행을 반복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98년 당시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입장에서 더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는 도법스님은 공개질의하고 제안한 내용이 “우리 종단이 해결해야 할 화두라는 생각으로 폭넓은 대중들의 동참속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 또한 이런한 논의의 장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7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전국도보순례를 위해 전주에 머물 것 이라고 일정을 밝힌 스님은 “순례 기간 중이라도 종단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할 것”이라 말했다. 신희권 기자
다음은 인터뷰 내용.
- 어제(15일) 성명을 내게 된 배경은.
= 어떠한 정치적 의미도 달지 말아달라. 나는 98년 당시 권한대행으로 있었던 관계자다. 승려대회정신과 종헌질서가 무시되는 상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종단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입장인 나와 수경스님이 뜻을 같이 해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
- 입장 발표를 통해 ‘특별대책위 구성’을 제안했다. 어떤 내용을 논의할 건가.
=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화운동정신, 94 종단개혁정신, 98 종헌수호정신을 존중, 계승하는 차원에서 제도권 안과 밖, 출․재가가 모두 함께 하여 반성과 참회, 과오를 바로잡자는 취지이고, 다른 하나는 98년 징계자에 대한 조치 문제도 이 틀에서 논의해 화합정신에 부합한 결론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특별대책기구가 정화운동정신, 개혁정신, 종헌정신을 실현해 갈 내용이 창출되도록 사부대중 모두가 활발하게 참여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 원로의장, 종정스님의 유시까지 나온 상황에서 제안하신 특위 구성 등이 이루어지기는 어렵지 않겠나.
= 결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예단도 하지 않고 있다.
- 이번 ‘98 멸빈자 감형’ 조치가 종헌종법상 적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아직도 특별법이 종헌종법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이번 감형 조치에 대해 적법성을 주장한다면 그것을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공개적 대중토론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장에서의 논의를 통해 객관적 수긍이 된다면 승복하겠다.
- 초재심특위의 결정을 ‘종단 내 정치세력의 야합’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의미인가.
=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 아닌가. 그동안 종회에서 종헌종법개정을 위한 노력을 했던 것은 다른 방법이 적법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와 같이 종헌을 유린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정치세력간에 이해만 맞아 떨어지면 종헌종법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가.
- 이번 조치를 주도한 측에서는 ‘할 만큼의 노력은 모두 한 후 선택한 방법이었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그 내용은 알고 있다. (특위를 통해 해결하려는 스님들께) “이번에 한번 나에게 기회를 달라. 반대하는 사람들 서명받아서 종회기간 내 정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봤다. 초재심특별위원회가 열린던 날 오전에 원장스님을 뵙고 말씀드렸더니 “뜻은 좋으나 늦었다”고 하셨다. 다행히 종회의장 법등스님이 “그것 좋다. 한번 해보자” 하셨다. 법등스님이 월서스님에게 사전 연락해 특위에서 설명할 시간을 얻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위가 열리던 날 회의장에서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주기로 했는데 (호계위원장이) 일방적으로 결론냈다. 모양을 갖출 수 있었는데 매우 아쉽고 실망스럽다. 합리적 접근이 가능했는데, 힘의 논리로만 일방적으로 몰아갔다.
특별법은 징계자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정하는 절차법이다. 그런 면에서는 하자가 없다. 그런데 징계자 특별법에는 판결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확정판결의 근거는 승려법일 수밖에 없다. 승려법에 근거한다면 현근스님 처럼 많은 분들이 멸빈이 확정되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헌종법에 근거했다는 말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 두 분만의 이름으로 입장을 표명됐다. 평소 뜻을 같이 하던 분들 중 다수가 지난 총무원장선거 때 사면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 그건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만의 이야기다. 나와 수경스님은 일반대중이다. 당시 권한대행으로 일했던 입장이다. 싸우자는 것도 아니고 공개질의와 제안이다.
정치권 합의 운운은 당사자들 문제다. 그들이 합의했다면 모두 다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승려대회정신과 종헌 질서를 지키지 아니하고 야합을 통해 합법화 시도하려는 것은 비판 받아야 한다. 이번 제안과 질의는 철저히 제 3자인 종도의 입장이었다.
- 제안과 질의에 특별히 기한을 못박지 않은 이유는.
= 기한을 특별히 정할 필요가 없는 내용이다. 숨가쁘게 시일을 다툴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우리 종단에 화두를 던졌다는 생각이고, 종회에서의 논의와 종도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 나 자신도 논의의 장이 열린다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다.
- 이번 조치가 종단 화합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간단한 이야기다. 종헌질서를 지키지 않아서 98년 같은 일이 터졌다. 그 일을 정리한다면서 다시 승려대회정신과 종헌질서를 무시하고 풀었으니 계속 종단 불안의 불씨가 될 것이다. 오로지 정치적 이해관계와 힘만으로 밀어부친 결과의 끝은 뻔할 것이다.
이번 기회가 종단의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 잡아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 이번 문제는 특별한 이해관계로 싸울 문제가 아니다. 건강하게 다루어졌으면 한다. 기본 골격을 놓고 볼때 이 정도는 지켜야 하지 않나 하는 수준에서 하는 문제 제기다.
이 일이 선거판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인가. 설혹 합의했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종회와 호계원 등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집행부는 밀어붙이고, 종회는 방관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호계원은 합법화시키고, 법규위원회는 정당하다고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런 것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법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승가정신에도 맞지 않다. 내가 문제삼은 것은 그런 원칙의 훼손에 대한 지적이다.
입력 : 2006년 03월 16일 18:57:28 / 수정 : 2006년 03월 17일 11:2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