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한기기자= "강원에서 유지되는 질서는 모범과 합리적인 설득, 자발적 순응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힘과 알맹이 없는 권위에 기댄 강요와 굴종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의 수행공동체는 수행자라면 버려 마땅한 군대식 질서만도 못한 저열한 관행을 전통이라는 미명아래 악착같이 부여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감정적인 언어, 군대식의 강압은 강원에서 공부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장애요소다."
"전통한문식으로 배워야하는 필수과목을 빼고는 한글세대에 맞게 한문원전으로 된 강원교재를 한글교재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승려교육을 맡고 있는 조계종 소속 20여개 전통사찰 강원(승가대학) 1천800여 학인들의 모임인 전국승가학인연합(전승련) 주최로 11일 오후 김포 중앙승가대에서 열린 `승가교육과 한국불교'주제의 불교학술대회에서는 350여년동안 변하지 않고 있는 `전통' 강원의 승가교육에 대한 비판과 개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강원은 출가자들이 6개월의 행자생활을 거쳐 사미, 사미니가 된 뒤 승려로서의 기본교육을 받는 곳으로 강원에서 4년의 스님교육과정을 거쳐 구족계를 받아야만 정식 승려가 된다.
이 학술대회는 급변하는 시대에 전통적 강원교육 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먼저 시대에 뒤떨어지는 승가교육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펼쳐졌다.
원경스님(송광사 강원 학감)은 "학승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현재의 강원 교과과정이 경전교육에 지나치게 치우쳐 현대문명을 계도하거나 포교활동을 하는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사회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강원교육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의 학인들이 한글세대에 태어나 한글방식으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한자만으로 이뤄진 강원교재로 공부하는 것에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며 "기본 교과목가운데 반드시 전통식(한문식)으로 배워야한다고 생각되는 몇가지 교재만 기존방식으로 공부하고, 여분의 시간에는 한글교재로 된 과목을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원경스님은 강조했다.
중앙승가대 불교학과 지문 학인은 "정보화시대에 강원의 컴퓨터 교육은 필수적이며, 또 국제화 시대에 맞춰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행스님(쌍계사강원 사교과)도 "불법은 영원하지만 세상은 너무도 빨리 변하고 있다"며 "학인들 상당수가 현재 정보통신 사회의 흐름에 잘 적응한 상태인 만큼 이에 맞는 강원교육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뒤덮고 있는 강원의 수행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흥선스님(직지사 강원 강주)은 "오늘날의 강원은 질서라는 이름아래 권위주의와 불평등한 수직적 구조를 고집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이 불교의 전통인 듯 이해하고 남들에게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의문을 던지며 "평등의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지금 강원의 실정은 부처님 당시보다 훨씬 퇴보했으며, 심하게 말하면 불타의 가르침을 배반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흥선스님은 "전통이라는 이름아래 행해지는 모든 관행과 제도와 규율이 평등의 정신에 위배된다면 마땅히 재검토해야 하고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며 "강원내 불평등한 틀과 의식을 청산하는 일이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현석스님(동화사 강원 강사)은 이와 관련, "오늘날의 학인들은 일방적으로 단순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습득자가 아닌 학습의 주체자임을 감안해 학인중심의 수행환경을 구현하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대회에서는 이밖에 불교의 사회참여와 관련해 새만금 갯벌 살리기 삼보일배를 마치고 칩거중인 수경스님이 "수행과 환경운동은 둘이 아니며 삼보일배는 목숨을 걸고 시작한 수행이자 고행이요 참회였다"는 내용을 발표했고, 민주당 불자모임 연등회 소속 추미애 의원도 김대중 전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옹호하는 주제발표를 했다.
한편 대회에는 조계종 법장 총무원장, 지하 종회의장, 무비 교육원장,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손학규 경기도 지사 등이 참석해 치사와 축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