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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운문사 국내최대 비구니 강원 첫공개 0
 작성자: 사무국  2003-11-14 18:07
조회 : 6,313  
청도 운문사 국내최대 비구니 강원 첫공개


[출처: 경향신문,한겨레]

국내 최대 비구니도량인 경북 청도 운문사(雲門寺) 강원(講院)이 지난 7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불교 조계종 제 9교구 본사인 대구 동화사의 말사인 운문사는 560년 신라시대에 창건된 후 여러 차례의 중창을 거쳐 1958년 불교정화운동후 비구니 전문강원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이곳에선 전국비구니회 회장인 명성스님(74)이 운문사 회주 겸 운문승가대학학장으로 275명의 비구니 스님들을 이끌고 있다. 이는 전국 최대규모이며 다음으로 해인사(250명)를 꼽는다.

운문사 스님들은 ‘일일부작(一日不作)이면 일일불식(一日不食)’, 즉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공부와 노동을 겸한다. 87년 승가대학으로 개칭된 운문사 강원은 1~4학년인 240명의 학인과 강사 비구니스님들이 경학을 연구하는 수행도량이다.

한 학년은 평균 60명선. 입학금 30만원을 낸 후 졸업 때까지 등록금은 없다. 전국 5개 비구니강원 중 가장 학풍이 엄한데도 이곳에 입학하려면 3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재수하는 비구니 후보들도 한해에 30여명을 헤아린다.

학인들은 낮에는 공부, 저녁에는 각종 농사일을 병행하며, ‘학문과 노동’ 두 가지 의무를 수행으로 여긴다. 사미니과(1학년)는 청소·설거지 등 온갖 심부름을 도맡는다. 사집과(2학년)는 채소가꾸기, 사교과(3학년)는 도량정리와 부엌살림을 한다. 대교과(4학년)는 사무실 업무를 책임진다. 하루 일과는 빡빡하다. 새벽 3시 기상해 예불·예습·아침공양·설거지와 청소를 끝내면 아침 7시30분. 오전 9시30분까지 강의시간. 다시 예불·점심공양·빨래·복습·울력이 이어지고 오후 5시 저녁공양과 자습, 밤 9시 취침이다.

하루 공부시간은 총 7시간이고 4학년은 특별히 밤 10시까지 공부할 수 있다. 학인들은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안거기간에 맞추지 않고 학기 중에 안거한다. 겨울·여름·초파일 방학(각 한달씩) 때는 자유롭게 외출을 나가지만 나머지 아홉달 동안은 안거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곳 비구니 스님들이 소비하는 쌀은 매일 한가마. 김장은 3일동안 배추 1만2천 포기를 담근다. 이곳 메뉴는 당연히 채소위주. 젊은 학인들이 계속 입학하면서 고기 대신 버섯으로 만든 피자와 카레라이스 등을 한달에 서너차례 식탁에 올리는 등 새로운 흐름에 부응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7,000여명의 비구니 스님을 대표해 전국비구니회장에 취임한 명성스님은 “옛날 학인들은 순종하고 조용했던 반면 요즘 학인들은 자기 주견이 뚜렷하고 참회와 칭찬도 활발하게 나눈다”고 달라진 세태를 전했다.

46년간 학인들을 가르쳐온 명성스님은 또 “학인들의 기세가 결집되어 있고 총림의 자격요건인 선원(禪院)·강원·율원(律院)도 갖추었다”며 운문사가 국내 최초의 비구니 총림으로 거듭날 ‘그날’을 기대했다. 현재 국내에는 해인사·통도사·송관사·수덕사·백양사 등 5개 비구사찰이 총림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운문사가 비구니 총림이 되려면 조계종 중앙종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청도/유인화기자〉

여명서 황혼까지 오로지 버리고 따르다

운문사 비구니 학인 스님들의 하루 어둠 속에서 한사코 무명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다. 텅 텅 텅, 소리는 잠든 산, 잠든 나무, 잠든 냇물, 잠든 숲길 그리고 잠든 사람들을 향해 또박또박 정갈한 몸짓으로 다가섰다. 새벽 3시. 오늘도 목탁 소리는 그렇게 운문사 새벽 산문을 울렸다. 동안거 입재일(11월8일)인 탓인지 소리의 서슬은 더욱 성성했다.

소리와 함께 대웅전 뜨락을 미끄러져 가는 것들이 있었다. 형상은 있으되 소리가 없으니 그림자였다.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지니 바람이었다. 형상도 소리도 없으니 그건 바람의 그림자였다. 결제를 앞두고 일제히 밀어버린 머리가 희미한 달빛에도 파랗게 반짝였다.

도량석 소리가 잦아들 때쯤 범종루에서 소리가 펄럭인다. 내닫는 말 갈기 같기도 하고, 돌에 부딛는 골물의 속삭임 같기도 하다. 땅을 기는 모든 것들의 영혼을 천도하는 법고 소리다.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달래고 위로하여 천도하는 소리다. 채를 휘두르는 스님은 이미 둥근 법고 속으로 빠져들었다. 원융무애, 일원상 속에 소리와 몸짓이 자재하다.

그림자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대웅전 너른 마당이 소요하다. 범종이 그 우람한 떨림으로 삼천대천의 세계를 단호하게 깨운다. 그 깊은 떨림은 무명의 퇴적층 속에 단단히 묻혀 있는 본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대웅전에 그림자가 잦아들 때쯤 투닥투닥 투두다닥, 목어 소리가 울린다. 숨가쁜 리듬으로 물 속 깊이 잠든 것들마저 깨우는 소리다. 이어 운판. 시골 학교 종소리처럼 따듯하게 날짐승들의 깃털을 부빈다.

사물이 소리를 접을 때면 대웅전에서 울림이 퍼진다. 신이 허락한 가장 경건하고 장엄하다는 소리다. 세속의 삶을 포기한, 20대 비구니 학인 스님 260여명이 한 치 어긋남 없이 내는 소리이니 그런 말도 나올 법하다. 혹자는 오케스트라에 비교하고 혹자는 그레고리안 성가에 비교한다.

그러나 지극한 마음으로 당신의 뜻에 귀의하겠다(지심귀명례)는, 자신의 전 영혼을 던지는 합송이니 사람의 손에서 나오는 소리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오로지 당신의 명에 따르겠다(순명)는 다짐만으로도 숙연하다.

‘나와 중생 모두가 함께 깨달아 불도를 이루게 하여지이다’로 끝나는 예불문으로 시작하는 예불은, 보통 반야심경 합송으로 끝난다. 그러나 운문사 새벽 예불은 108배참회로 끝난다. 버릴 게 무엇이 그리도 많은지 학인 스님들은 참회문을 합송하며 108번의 절을 올린다. 그런 온전한 참회와 귀명의 다짐 속에서 운문사 비구니 학인들의 하루는 시작한다.

예불이 끝나면 입선이다. 선방 수좌들이 참선에 드는 것을 입선이라 한다면, 학인들에겐 경전 공부가 입선이다. 6시부터 20분간 바루공양을 끝내면, 처소와 도량 주변 청소를 한다. 운문사가 아름다운 건, 모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있어선 안 되는 것들은 없다. 곱게 물든 은행나무 낙엽은 떨어진 그 자리에 고스란히 머문다. 누구도 훼방하지 않는다.

그래서 직지사 조실 관응 노스님 같은 분은 운문사에 강의하러 올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운문사만큼 정갈한 곳은 없어. 대만에도 일본에도 중국에도 이런 절집은 없지.’

7시10분부터 강의다. 치문(1학년), 사집(2년), 사교(3년), 개교(4년)반으로 나뉘어 경전공부에 들어간다. 새벽에 입선 1시간반, 오전 강의 2시간, 오후 강의 2시간, 저녁 식사후 논강 2시간반 등 하루 8시간이 공부 시간이다.

참선 대신 경전 공부를 할 뿐 학인 스님들의 일과는 선방 수좌와 다르지 않다. 산문 밖 출입도 출가증을 받아야 한다.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도 결제일에 맞춰 다시 짠다.

공부 만큼 중요시하는 게 울력이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一日不作一日不食)는 백장청규는 운문사에서 그 의미가 고스란히 살아난다. 울력은 단순히 자급자족을 위한 것이 아니다. 번뇌망상을 끊는 수행의 하나다. 울력은 9시반부터 10시까지,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두시간 동안이다.

그러나 사시예불과 점심공양을 마친 뒤 12시반부터 2시까지 자유시간이라지만, 대개는 울력에 나선다. 울력이 힘들어 어렵게 입학한 승가대학을 중도 포기하는 학인도 있다고 한다. 가을 스님은 다리가 9개여야 한다는 ‘추승구족(秋僧九足)’이라는 말이 있지만, 운문사 학인들은 9개로도 모자란다.

부엌살림을 해주는 공양주 보살도 이곳에는 없다. 주식을 제외하고 채소는 모두 학인들이 밭을 일궈 거둬들이고 갈무리하며 요리한다. 일반인은 운전기사 두명과 부목 2명뿐이다. 하루에 공양간 담당 학인이 해대는 밥이 쌀 한 가마에 이른다. 김장김치는 배추만 보통 한철에 1만2000 포기를 한다고 한다. 콩 4가마를 삶아 메주를 쑤고 된장 빚고 간장 빚는다. 예전보다 반으로 줄어든 게 그 정도다.

학년별 담당도 다르다. 1학년은 종두라 하여 심부름을 주로 한다. 설거지나 화장실 마당 청소 등이 그것이다. 두 번째 학년은 원두라고 한다. 주로 먹거리를 키우는 일에 투입된다. 3학년은 미화를 책임진다. 부엌일도 3학년 몫이다. 4학년은 관리를 맡는다. 1, 2학년 학인들은 각기 한 방에서 공부도 함께 하고, 공양도 함께 하고, 잠도 함께 잔다. 60여명이 한 데서 생활하니 군대 내무반 생활보다 심하다.

저녁 5시반 다시 범종루에서 법고가 울린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천도를 비는 소리 공양이다. 범종은 들짐승, 목어는 물짐승, 운판은 날짐승의 천도를 빈다. 마지막으로 울리는 범종 소리는 모든 생명들이 본체로 돌아가길 기원한다. 사물 공양에 이어 무명을 타파하고, 깨달음의 언덕에 이르겠다는 저녁 예불이다.

다시 장엄한 울림이 운문사 계곡을 울린다. 예불 이후 9시까지 논강이다. 밤 9시에 취침하도록 되어 있지만, 도서관은 10시까지 불 밝히고 있다.

“아쉽고, 힘들지 않습니까.” “각박하고 불안한 바깥 세상에서 아이들 낳고 키우시며 사는 분들이 힘들죠. 그 분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은광 스님의 반문이다. 선과 교, 낮과 밤, 현실과 꿈이 한결같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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