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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촬요’ 한국 간화선 형성에 기여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09-09-09 14:38
조회 : 6,052  

‘간화선 세미나’ 11일 개최

 

 

오늘날 간화선이 한국불교의 주류를 형성하는데, 조선 후기 발간된 <선문촬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종인 부산대 연구교수는 지난 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소장 현종스님)의 10차 조계종 간화선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종인 교수와 김방룡 충남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한국 간화선의 특징과 간화선 전통의 형성’에 대해 고찰했다.

조계종 불학연구소는 지난 2006년부터 ‘간화선 대중화’를 주제로 매년 3차례의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왔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김 교수는 ‘선문촬요와 한국 간화선 전통의 형성’에서 19세기 말 한국불교의 사상사적 상황 속에서 <선문촬요>가 갖는 의미에 대해 살펴봤다.

<선문촬요>는 1883년 감로사에서 편집된 <법해보벌(法海寶筏)>의 증보판 격으로, 상권에는 중국 선사들이, 하권에는 한국 선승들이 저술하거나 편찬한 글이 수록된 선서(禪書)이다. 편집자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1907년 청도군 호거산 운문사에서 상권이, 1908년 부산 범어사에서 하권이 각각 출간됐고, 경허스님이 편집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책은 간화선의 핵심사상 내지 원리를 정리한 글과 선불교의 수행방법에 관한 글, 선과 교를 비교한 글, 수행 자세와 관련된 글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상권에는 보리 달마스님의 저술로 알려진 <혈맥론> <관심론> <사행론>과 5조 홍인스님의 <최상승론> 황벽 희운스님의 <완릉록> <전심법요> 몽산 덕이스님의 <몽산법어> 박산 무이스님의 <선경어>가 실렸다. 김 교수는 상권에 실린 글들의 성격을 ‘선(禪) 근본주의’라고 해석했다. 특히 <완릉록>이나 <최상승론> <전심법요> 등에서 이런 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교학공부는 사실상 무의미하거나 심지어 마음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김 교수는 “상권은 선승들에게 선불교의 근본저인을 고취시키기 위해 편찬한 것”이라며 “경전 공부나 여타의 방편적인 행위가 아니라 참선을 통한 마음공부를 통해서만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상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의 수승함을 내세우는 논조는 하권에서도 이어진다. 보조 지눌스님의 <수심결> <진심직설> <정혜결사문> <간화결의> 등은 하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눌스님은 선교일치론의 대표적 인물이지만, 여기에서는 간화선이 왜 최고의 수행방법인가를 교학과 비교해 설명하며, 교학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밖에 진정 천책스님이 편찬한 <선문보장록>과 저서 <선문강요집> 청허 휴정스님의 <선교석> 등에서도 교가 매우 열등한 가르침이거나, 도리어 깨침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선의 수승함을 강조하는 <선문촬요>가 탄생하게 된 조선후기 불교의 사상적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선문촬요>의 저본이라 할 수 있는 <법해보벌>의 서문에서 편집자 유운은 ‘선과 교가 대립하고 있어 개탄스럽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유운의 말처럼 조선 후기 불교계는 선과 교의 대립보다 겸수가 풍미했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억불정책으로 선교양종이 통폐합되고 강원에서도 선과 교를 두루 가르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학자들 사이에서는 조선후기 승가에는 뚜렷한 종지가 없었으며, 대부분 사찰에서 선과 교 그리고 염불이 행해졌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종인 교수 “선불교의 정체성 확립 위해 출간” 주장

김방룡 교수 “지눌스님 사상 통한 긍정적 회통” 제안

김 교수는 “유운이 말하는 것과 정반대의 상황에서 정반대의 동기와 목적으로 <선문촬요>는 출판됐다”며 “선과 교가 뒤섞인 조선후기 상황에서 선과 교의 통합이 아니라 선불교의 확실한 정체성 확립을 위해 출간됐다”고 피력했다. 이어 “선과 교의 구분이 모호한 시대적 상황에서 불교의 진리가 교가 아닌 선에 있음을 밝히면서 한국 불교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선불교 전통 내에서도 특히 간화선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근대 초기 간화선을 통해 선불교의 전통을 계승하려고 한 경허스님이 편집자로 알려지고, 용성스님이 이 책을 널리 보급한 것은 <선문촬요>가 간화선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늘날 간화선이 한국불교의 주류를 형성하는데 있어 <선문촬요>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방룡 교수는 ‘간화선 선풍의 성립과 특징’에서 간화선 대중화와 세계화의 방향 문제를 고찰하고, 한국 간화선을 성립시킨 지눌스님의 사상에서 그 방향을 찾아봤다.

김 교수는 현대 조계종의 성격을 ‘회통적 의미로서의 선종’으로 규정했다. 회통적 의미란 교.율.밀교.정토 등을 아우르는 의미로, 모든 종파의 종지를 아울러 선으로 회통했다는 것이다. 조계종의 이런 성격은 뚜렷한 인식의 결과라기보다, 조선시대와 근대를 거치며 형성된 단순한 역사적 산물에 더 가깝다.

때문에 오늘날 조계종은 교종을 안고 가느냐 혹은 교종을 떼어내고 선종 종단으로 가느냐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하지만 후자를 선택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 문제는 간화선의 정체성과 우수성을 분명히 하면 할수록 기타 불교사상 및 수행들과는 차별화 내지 단절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다른 모든 것과 함께 공존하면서 아우를 수 있는 ‘긍정적 회통성’을 제안한다.

회통성의 사상적 근거는 지눌스님에게서 찾았다. 그는 논문에서 지눌스님에 의해 성립된 한국 간화선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선종과 교종, 기타종단에 소속된 출.재가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간화선 수행을 해야만 하는 이유와 회통의 논리를 제공해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에 두고, 대혜스님의 사상을 근거로 ‘선에 대한 체계와 수행법 숙지-돈오점수(정혜쌍수, 지관겸수)-간화선’의 과정을 겪어야 깨침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논리적인 체계를 제공한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선의 경지가 화엄의 궁극적 세계와 하나임을 밝히면서, 간화선 수행을 해야만 그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이유를 밝혔다는 점이다.

지눌스님이 갖고 있는 논리는 돈오점수와 간화선이 이질적이라는 견해를 넘어선다. 처음 수행에 임한 사람이 안목을 기르기까지는 돈오점수를 하다가 마지막에 걸리는 문제 즉 지적알음알이를 겪었을 때 간화선을 통해 마지막 지견을 해소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는 스님이 직접 체험해 더 의미가 있다”며 “오늘날 조계종이 갖춰야 할 돈오점수, 제 종파를 회통하는 내적논리를 포함한 간화선의 긍정적 회통성을 지눌스님이 제공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557호/ 9월12일자]

2009-09-09 오전 11:04:48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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