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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0
 작성자: 운영자  2009-09-08 14:39
조회 : 7,533  

해제(解題)
  본서(本書)는 천동각화상송고보은노인시중(天童覺和尙頌古報恩老人示衆)이라고도  부르며,
약칭하여 종용록(從容錄)이라고도 한다.
  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본서는 천동각화상(天童覺和尙)이라는 분이 고칙을 찬송(贊頌)
한 것과 그 송고(頌古)에 대하여 만송노인(萬松老人)또는 보은노인(報恩老人)이 종용암(慫慂
庵)이란 곳에서 평창(評唱) 혹은 시중(示衆)한 것을 합편(合編)한 것이다.
  그러면 천동각화상이란 누구인가?  그는 청원행사(靑原行思)의  14세 법손인 단하자순(丹
霞子淳)선사의 법사로서 송(宋) 철종(哲宗) 6년(1091)에 탄생하여 11세에 출가, 득법하고, 34
세에 천동산(天童山) 경덕사(景德寺)에 주석하신 후 남송(南宋) 고종(高宗)  소흥(紹興) 27년
(1157) 67세로 입적하시기까지 그곳에만 머무셨다.  그의 법명은 정각(正覺)이요, 천동(天童)
은 주석한 곳에 따라 호가 된 것이고, 고종이 굉지선사(宏智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천동산은 중국 명주(明州)라는 곳에 있는데, 원래는  태백산(太白山)이었던 것이 언제인가
의홍(義興)이라는 도인이 철저히 수도하고 있노라니  천상동자(天上童子)가 평생 동안 공양
을 갖다 바쳤다고 한 데서 유래한 명칭이라고 한다.
  이러한 연고가 있는 선사(禪寺)의 주지로 발탁되신 정각선사(正覺禪師)는 산문(山門)을 대
흥(大興)하는 한편 선문(禪門)의 시폐(時蔽)에  대항하여 묵조선(默照禪)에 힘썼다.   이것이
저 유명한 대혜보각선사서장(大慧普覺禪師書狀)에서 누누이 거론, 비판하는 바 되었고, 내외
지식(內外知識)에 능한 재필(才筆)로 저술한 「굉지선사광어(宏智禪師廣語)」 9권과 본서 즉
송고백칙(頌古百則)이 가장 유명하다.
  송고(頌古)란 고칙(古則)을 송했다는 뜻이다.  선문(禪門) 전래의 일사안(一事案:公案)을 1
칙이라 하며, 이를  거양(擧揚)하는 방법으로서 시중(示衆)·광어(廣魚)·대(代)·별(別)·징
(徵)·송(頌) 등의 형식이 있는데, 송이란 시구로 표현·설명한 것이다.
  이렇게 찬술된 천동(天童)의 송고에다  평창(評唱)을 가(加)한 만송노인  또는 보은노인은
누구인가? 남송의 효종(孝宗) 건도(乾道) 2년(1166)에 탄생하여 이종(理宗)의 순우(淳祐) 6년
(1246)에 81세로 입적하신 행수선사(行秀禪師)이다.
  그분 또한 조동종 계통으로서 동산(動産)의 13세 법손인  설암 만(雪岩滿)의 법을 이었고,
그 뒤 남송의 영종(寧宗) 가정(嘉定) 16년(1223)에 순천부(順天府) 보은홍제사(報恩洪濟寺:일
명 報恩寺)에 들어가 이 평창(評唱)을 저술하여,  보은노인이라 불리게 되었고, 또 나중에는
보은사(報恩寺) 산내(山內)에다 만송암(萬松庵)이란 암자를 짓고 거기에 머물렀기 때문에 만
송노인이라 불리게 되었다.  만년에는 종용암(慫慂庵)이라는 암자를 다시 짓고  평창집(評唱
集)을 끝냈기 때문에 종용록(從容錄)이라 부른다.
  그러면 평(評)과 창(唱)이란 무엇인가? 천동(天童)이 고칙(古則:話頭) 하나를  들고는 그에
대한 송을 썼는데 만송은 본칙(本則)과 송 끝에는 각기 착어(着語)라는 것을 붙이니, 이것이
평창(評唱)이요, 본칙과 송의 구간(九竿)에 단평(短評)을 각주(脚註)로 넣으니  이것 또한 평
(評)이다.
  그러나 만송(萬松)의 평창(評唱)은 그 시자(侍者)인 이지(離知)라는 분에 의해 수록되었으
므로 그 서술에 있어 "시중운(示衆云)"  또는 "사왈(師曰)"하여 녹취(綠翠)했음을 보이고 있
다.
  이렇게 이루어진   「종용록(從容錄)」6권은 조동종계의  송고서(頌古書)로서 임계종계의
「벽암록(碧巖錄)」10권과 쌍벽을 이루는 선적(禪籍)이다.  여기에 임천(林泉)의 「공곡집(空
谷集)」과 「허당집(虛堂集)」을 합하여 평창(評唱)  4가(四家)라 하여 유명하나, 우아한  문
장, 예리한 기지(機智)에 있어서는 단연 종용록(從容錄)이 으뜸인 것으로 유포되고 있다.

일러두기
1. 원본의 체제를 따라 상·중·하권으로 나누었다.  100칙(則) 각각의  제목은 원본은 원본
에 있는 것을 그대로 번역하여  붙이고, 찾아보기 쉽도록 부록 원본에도  각 칙마다 번호를
붙였다.
2. 시중(示衆)·본칙(本則)·송고(頌古)·평창(評唱)의 앞에 각각  약물을 넣었고 천동(天童)
의 송고(頌古)와 만송(萬松)의 평창(評唱)을 구분해 보기 쉽도록 글자 크기와 행간을 달리하
여 편집하였다.
3. 각주는 「선문염송(禪門염頌)」「禪燈錄」(동국역경원), 「종용록(從容錄),선적선본구주집
성(禪籍善本古注集成)」(東京,名著普及會),   「선어사전(禪語辭典)」,「중한사전(中韓辭典)」
(고려대학교출판부) 그리고 본서(本書) 앞 뒤 칙을 참고하였다.
4. 스님들의  생몰연대는 「禪學大辭典」(大修館書店),  「中國佛學人名辭典」(方 出版社)을
참고하였다.
5. 부록으로 사용한 판본은 간기(刊記)가 없어서 언제 어디서 간행한  판본인지 알 수 없다. 
중화민국 60(1971)년 대북(對北) 광문서국(廣文書局) 출판사에서 영인한 판본을 사용하였다.

차례

해제(解題)/6

중용록 中
제33칙 삼성의 금빛 잉어〔三聖金麟〕
제34칙 풍혈의 한 티끌〔風穴一  〕
제35칙 낙포의 굴복〔洛浦    〕
제36칙 마조의 불편함〔馬師不安〕
제37칙 위산의 업식〔 山業識〕
제38칙 임제의 참사람〔臨濟眞人〕
제39칙 조주, 바리때를 씻으라〔趙州    〕
제40칙 운문의 흑과 백〔雲門白黑〕
제41칙 낙포의 임종〔洛浦臨終〕
제42칙 남양의 물병〔南陽    〕
제43칙 나산의 일어나고 멸함〔羅山起滅〕
제44칙 흥양의 묘시〔興陽妙翅〕
제45칙 원각경의 네 구절〔覺經不二〕
제46칙 덕산의 배움 끝나기〔德山學  〕
제47칙 조주의 잣나무〔趙州  樹〕
제48칙 유마경의 불이〔摩經不二〕
제49칙 동산이 진영에 공양함〔洞山供眞〕
제50칙 설봉의 무엇?〔雪峰    〕
제51칙 법안의 뱃길과 뭍길〔法眼    〕
제52칙 조산의 법신 〔曺山法身〕
제53칙 황벽의 지게미 먹기〔黃      〕
제54칙 운암의 대비〔雲岩大悲〕
제55칙 설봉의 반두소임〔雪峰飯頭〕
제56칙 밀사의 흰 토끼〔密師白兎〕
제57칙 엄양의 한 물건〔嚴陽一物〕
제58칙 금강경의 천대〔剛經  賤〕
제59칙 청림의 죽은 뱀〔靑林死蛇〕
제60칙 철마의 암소〔鐵磨  牛〕
제61칙 건봉의 한 획〔乾峰一 〕
제62칙 미호의 깨달음을 의지해야 하는가?〔米胡    〕
제63칙 조주가 죽음을 묻다〔趙州問死〕
제64칙 자소의 법맥〔子昭承  〕
제65칙 수산의 신부〔首山新婦〕
제66칙 구봉의 머리와 꼬리〔九峰頭尾〕

<부록>
종용

제33칙
삼성의 금빛 잉어〔三聖金麟〕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강한 자를 만나면 약해지고, 부드러운 자를 만나면 굳세지거니와 억센 자가 마주칠 땐 반드
시 한쪽이 상한다. 일러보라.
어떻게 피해야 할꼬?

(본칙) 드노라.
삼성(三聖)이 설봉(雪峰)에게 묻되 "그물을 꿰뚫은 금빛 잉어는 무엇으로 먹이를 삼습니까?"
하니,
-낚시줄 드리우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낚시를 따라 올라온다.

설봉이 이르뢰 "그대가 그물에서 벗어난 뒤에 그때 가서 말해주리라" 하였다.
-사람을 만나거든 우선 삼분의 일만을 말해야 하는 법이다.

삼성이 다시 이르되 "천오백 명 거느릴 선지식이 말귀(話頭)도 못 알아듣는군요" 하니,
-영산회상의 수기도 오늘만은 못했으리!

설봉이 이르되 "노승이 주지의 업무가 번거롭구나!" 하였다.
-뒤통수에서 빰을 보는 격이라.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근대 장로 청료(長蘆淸了)화상은 천동(天童)과 동문(同參)으로서  1,700 대중과 함께 살았
는데 죽암 규(竹庵珪)와 더불어 죽솥을 열어 여름을 지내고 승당 방을 나누어 입실하였지만
설봉과 삼성은 다른 세대에 같은 가풍을 이른 사이다.
  대위 철(大 喆)이 이르되 "삼성은 가히 만 길 용문(龍門)에 일찍부터 나그네 노릇에 익숙
했고, 설봉은 맹상군(孟嘗君)이 문을  열어놓고 '어찌  큰  손님을 두려워하리요?' 한  것과 

다" 하였으니, 기이하고 괴이함이 마치 국수(國手)가 바둑을 놓을 때 몇 수 앞을  미리 보는
것도 같다.
  삼성은 그 한 수로는 승패의 가름길이 분명치 않음을 보고 따로이 한 길을 걸으면서 이르
되 "천오백 명 거느릴 선지식이 말귀도 못 알아듣는다"고 하여서 법굴의 발톱과 어금니〔法
窟  牙〕를 써서 산 채로 잡으려 들었다.  그러나 설봉은 여유있게, 그저 말하기를 "노승이
주지의 일이 번거롭다" 하였다.  이에 대해 보복〔保福〕은  이르기를 "다투면 부족하고 양
보하면 남음이 있다" 하였고, 설두는 이르되 "아깝다! 놓아버리지 말고 30  방망이를 주었어
야 했다.  그 방망이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거늘 다만  그런 작가를 만나기 어려울 뿐이다"
하였으니, 이 두 노숙이 하나는 부추기고 하나는 억눌렀으나 각각 살려내는 길이 있다.  고
우(高郵)의 정(定)화상에게 어떤 이가 묻되 "그물을 벗아난 금빛 잉어는 무엇으로 먹이를 삼
습니까?" 하니, 고우가 이르되 "똥 말리는 막대기〔      〕니라" 하였는데, 설암(雪岩)선사
께서는 들으시고 이르되 "공양을 올려주니 고맙다" 하였다.  이 법희선열(法喜禪悅)이야  옛
사람보다 줄 데가 없거니와 천동의 처지에는 또 어떠하던가?  그의 송을 보라.

(숭고)
폭포의 세 계단을 처음 오르니 구름과 우레가 서로 전송하고
-하늘까지 이르지 못함이 한이다.

펄펄 뜀이 늠름하니, 큰 작용 보이도다.
-속히 세 번 절을 하라.

꼬리를 태우니, 분명하게 우문(禹門)을 지났고
-급히 눈길을 돌리라.

화려한 비늘이니, 김치독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다시 후흑(侯黑)이 있을 줄이야.

늙어 성숙한 사람이기에 대중 앞에서 놀라지 않고,
-평온스럽고 자연스럽다.

평소 큰 적을 상대해왔으니 전혀 두려움이 없다.
-욕됨을 영광같이 보고 죽음을 삶같이 본다.

가분가분하기란 분명 다섯 냥〔五兩〕의 가벼움 같고
-멀리서 보면 자세하지 않더니

듬직하기란 어찌 천 균(鈞)의 무게에 견주랴!
-가까이서 보면 분명하다.

드높은 명성이야 사해에서 누가 같을 수 있으며
-하늘의 달과 눈길이 마주치니

우뚝한 자세〔    〕8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전에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강주(綱州)의 용문산(龍門山)은 우(禹)임금이 뚫은  것(폭포)이다.  그래서 우문(禹門)이라
고도 하는데 물결이 세 계단으로 되어 있다.   「수경(水經)」에 이르되 "전유(  )가 굴에
서 나와 3월달에 뛰어오르는데 용문을  지나면 용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이마만 부딫치고
돌아온다"고 하였다.  여기서 '폭포의 계단을 처음 오른다' 한  것은 세 계단의 물결을 이른
것이다.  「주역(周易)」 문언(文言)에 이르되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 하
였는데, 이는 구름과 우레가 함께 전송하면서 용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두 대사는 펄펄 뛰
어오름과 위세가 당당함이 있으니 삼성은 폭포의 세 계산을 처음  오른 것 같고, 설봉은 구
름과 우레가 함께 전송한 것 같다.  삼성이 이미 우문을 지났거니, 설보인들 어찌 김칫독에
머물러 있겠는가?  임제가 낙포(洛浦)를 전송하면서 이ㄹ되 "임제의 문하에 졸가리〔  〕붉
은 잉어가 있는데 고개와 꼬리를  흔들면서 남쪽으로 가고 있으니 ,  누구네 김칫독에 몽땅
빠질런고?" 하였다.
  다음부터는 설봉의 "노승은 주지의 일이 번거롭다" 한 것과 삼성의 두  질문을 송한 것이
니, "늙어 성숙한 사람이기에 대중 앞에서 조금도 놀라지 않고, 평소 큰  적을 상대해왔기에
전혀 두려움이 없다"는 대목이다.
  광무 황제 때에 왕심(王尋)과 왕읍(王邑)의 군사가 백만이었느데 진군하여 곤양(昆陽:광무
의 성도)을 에워쌌다.  이때 광무가 스스가 선봉장이 되어 적군 수십 명의 목을  베니, 장수
들이 모두 기뻐하면서 이르되 "유장군(劉將軍)이 평소에는 작은 적을 보고도 겁을 냈었는데,
오늘은 큰 적을 보고도 용맹스러우니, 매우 이상한 일이다.  얼핏 보면 다섯 냥도 못 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천 근인지라, 저울에 얹을 수조차 없도다" 하였다.  나중에 설봉의  밑에서
운문과 법안, 두 피를 내었으니 이 어찌 근원이 깊으면 흐름이 길다는 증좌가 아니겠는가?
  이(利)·쇠(衰)·훼(毁)·예(譽)·칭(稱)·기(譏)·고(苦)·락(樂)을 8풍이라   하는데 진짜
종사에게는 귓가에 바람결이 지나는 격이다.  담자성(潭 性)화상이  장경 수의(長慶壽 )선
사에게 이ㄹ되 "그대를 아버지라 부른들 어떻겠느냐?"한 예가 그것이다.

제34칙
풍혈의 한 티끌〔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맨손·맨주먹으로 천 가지 만 가지 변화를 일으키는도다.  비록 없는 것을 있게 만들기는
하였으나 거짓을 희롱하고 진실을 흉내낸 것임에야 어찌하겠는가? 일러보라.  그 기본은 있
던가?

(본칙) 드노라.
  풍혈(風穴)이 수어(垂語)하되 "만일 한 티끌을 세우면 나라가 흥성(興盛)하고,
-얻고 보니 본래 있던 것이요,

  한 티끌을 세우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 하니,
-잃었다지만 본래 없는 것이다.

설두(雪竇)가 주장자를 들어올리고 이르되
-이는 세우는 것인가? 세우지 않는 것인가?

"같이 살고 같이 죽을 납승은 없는가?" 하였다.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적을 뿐입니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설두가 주장자를 든 뜻은 티끌을  세운다는 데 있으니 송하되 "촌  노인이 비록 (근심에)
눈썹을 펴지는 못해도 집안과 나라의 웅대한 기틀을  도모하나니" 하였고, 또 "모신과 맹장
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하였으니, 이는 "같이 살고 같이 죽을 납승은 없는가?" 한 것을
송한 것이며, "만 리의 맑은 바람만이 스스로 알 뿐이다" 라고 하였다.
  "촌 노인이 눈썹을 펴지는 못한다" 한  것은 화두가 자세히 들어 있지 않았으니,  본록(本
錄)에는 다음과 같다.
  풍혈이 상당하여 이르되 "만일 한 티끌을 세우면 나라가 흥하거니와 촌 노인은 이마를 찡
그리고, 한 티끌을 세우지 않으면 나라가 망하거니와 촌 노인은 평온해한다.  여기에서 밝혀
내면 그대들에게는 몫이 없는지라 완전히 노승의 몫이요, 여기에서 밝혀내지 못하면 노승은
곧 그대들이니, 그대들과 노승은 천하 사람들을 깨닫게 하기도 하고 미혹하게 하기도  한다. 
그대들을 알고자 하는가?" 하고는 왼쪽으로 손뼉을 한 번치고 이르되 "이것이로구나!" 하고,
"노승을 알고자 하는가?" 하고는 오른쪽으로 손뼉을 한 번 치고는 "이것이로구나!" 하였다.
  운문은 이에 대해 이르되 "이것〔    〕이라면 쉽지만 저것〔    〕이라면 어렵다!" 하였
고, 낭야 각(琅 覺)은 이르되 "표주박 던지는 점〔    〕으로 허공의 소리를 듣는다" 하였
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운문은 화살 위에다 촉〔  〕을  더하고 낭야는 뒤통수에서 말뚝
을 뽑아낸 격이다" 하노라.  이 또한 한 티끌을 세우느냐, 폐하느냐에 따라 나라가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는 도리이기는 하나 그  실제의 중심 말뚝이야 어찌 일찍이  조그만치인들
요동함이 있겠는가?
  설두는 불사의 문〔佛事門中〕에서는 한 법도 버리지  않는 자세였거니와, 천동은 실제의
이치〔實際理地〕에는 한 티끌도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까지 겸하여, 두 법을 가지런히 시행
하면서 동시에 드러내어 송했다.

(숭고)
백발의 늙은이가 위수에서 낚시를 드리웠으나
-늙어가면서 마음을 쉴 줄 모르고

그 어찌 수양산의 굶어죽은 이와 같으랴?
-젊어서는 노력을 안했구나!

다만 한 티끌에 따라 변화가 생겼을 뿐이니,
-주장자를 들어 일으키면서 이르되 "보라" 하였다.

높은 명성, 위대한 업적, 모두 잊지 어렵다.
-주장자를 던지면서 이르되 "설두가 아직 있도다" 하였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서백(西伯)이 사냥을 나가려는데 점 치는 이가 사뢰되 "얻을 바는 곰도 아니요, 말곰도 아
니요, 칡범도 아니요, 범도 아니라 패왕(覇王)의  보좌로소이다" 하였는데, 과연 여상(呂尙 :
太公望)을 위수(渭水)의 남쪽에서 만났다.  그를 만나자 크게 기뻐하면서 이르되 "우리 선군
(先君)이신 태공께서 일찍이 이르시기를 '장차  큰 성인이 주(周)로 오실  것이라' 하셨는데

리 태공계서 그대를 희망하신 지가 오랩니다" 하였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고죽군(孤竹君)의 두 아들로서 나라를 서로 양보하다가 마침내
는 모두 멸망했다.  나주에 무왕(武王)이 주(紂=  王)를 공벌하려 할 때에, 말고삐를 붙들고
간하되 "아버지가 죽어도 장사도 지내지 않더니, 마침내 전쟁을 일으키니 효자라 하겠는가?
신하로서 임금을 죽이는 것을 인자라 하겠는가?" 하니,  좌우가 죽이려 하거늘 태공이 이르
되 "이는 의인(義人)입니다" 하고는 붙들어 일으켜주고 떠났다,  무왕이 끝내 은을 정복하여
천하가 주를 따르게 되니, 백이와 숙제는 부끄러이 여겨 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 하고 수
양산에서 고사리를 꺾어먹다가 굶어 죽었다.  태공은 은을 쳐서 주를 떠받드니, 나라가 흥성
한 것이요, 백이와 숙제는 나라를 사랑하고 굶어죽었으니, 나라가 망한 것이다.  현수(賢首)
국사는 오지 한 티끌을 변태시켜 백 가지 법문을 설했다.  높은 이름은 백이와 숙제요, 위대
한 업적은 태공망이다.
  낙포(洛浦)가 이르되 "촌 노인의 문  앞에서는 조정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편안히 농사에 힘쓸지언정 일찍이  이마를 찡그릴 일이 없었다"  하였는데, 무슨 소리인가?
작용없는 경지가 진짜 작용있는 경지로 이루어지고, 좋은 인연이  곧 나쁜 인연으로 되었기
때문이다.


제35칙
낙포의 굴복〔洛浦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날랜 기개, 빠른 변재로 외도와 천마의 기개를 꺾고, 일탈한 격식과 초연한 종지로 간곡히
상근기와 날카로운 지혜를 위한다.  갑자기  한 방망이로 때려도 고개도 돌리지  않는 자를
만날 때엔 어찌하겠는가?

(본칙) 드노라.
  낙포가 협산(夾山)에게 참문했을 때, 절도 하지 않고 바짝 마주 서니,
-마주치고도 말에서 내리지 않는 뜻은 제각기 갈 길이 바쁘기 때문이리라!

  협산이 이르되 "닭이 봉의 등지에 깃들이니, 같은 종류가 아니다. 나가라!" 하였다.
-한 손으로는 밀고 한 손으로는 끈다.

  낙포가 이르되 "먼 곳으로부터 도풍을 듣고 달려왔습니다. 한번 제접해주소서" 하니,
-탐색하는 장대는 손에 있고

  협산이 이르되 "눈앞에는 그대가 없고 여기에는 노승이 없다" 하였다.
-그림자 풀단이 몸에 따른다.

  낙포가 문득 할을 하니,
-힘줄이 닳고 힘이 다하겠군!

  협산이 이르되 "가만히 있거라.  아직 경솔히 굴지 말라.
-아는 이는 바쁘지 않고, 바쁜 이는 알지 못한다.

  구름과 달은 같으나 산과 개울은 각각 다르다.
-석양의 거리, 어두운 골목에서 생소한 나그네는 머리가 아찔하다.

  천하 사람들의 혀를 끊어버리는 일은 없지 않겠지만
-다만 송곳 끝 예리한 것만 보았지

  "어찌 혀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할 줄 알게 할 수야 있겠는가?" 하였다.
-끌 대가리 모난 줄은 알지 못한다.

  낙포가 말이 없으니,
-장사진(長蛇陣) 앞에 부러진 활대가 땅에 즐비하구나.

  협산이 문득 때리매,
-뜻밖에도 협산이 임제로 바뀐 듯하다.

  낙포가 이로부터 굴복했다.
-재주가 놀리면 마땅히 떠나야지.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조사의 전등을 밝힌 모든 기록에는 한결같이 협산이 강자(舡子)를 만나기 전에 이미 출세
하여 윤주(潤州) 경구(京口) 죽림사(竹林寺)에 머무르면서 법을 전해준  스님의 이름을 밝히
지 않앗다고 하였는데 오직 불과(佛果)의 격절(擊節)에만 이르되 "전명(傳明)이 처음에는 석
루(石樓)의 법을 이었다" 하였는데 석루는 분주(汾州)의 석루요, 전명은 협산의 시호이다.
  풍주( 州)의 낙포산(洛浦山) 원안(元安)선사는 오랫동안 임제에서  참문하면서 시자 소임
을 보았는데 임제가 어느날 이르되 "임제의 문하에서 쓰는 한 대의 화살을 누가  감히 당하
겠는가?" 했다.  어느날 임제를 하직하니, 임제가  이르되 "어디로 가려는가?" 하고 물었다. 
선사가 대답하되 "남쪽으로 가렵니다" 하니, 임제가 주장자로 한 획을 그으면서 이르되 "이
것을 지날 수 있거든 가거라" 하기에 선사가 할을 하였다.  이에 임제가 때리니, 선사는  절
을 하고 떠나서 제방으로 만행을 두루 한 뒤에 협산의 마루턱에 이르러 암자 하나를 세우고
한 해를 보냈다.
  협산(夾山)선사가 이 소식을 듣고는 시자승  편에 글을 보냈더니, 낙포선사가  받아들고는
털썩 앉으면서 다시 손을 내밀어 편지를  내놓으라는 시늉을 했다.  시자승이 말이 없으니,
낙포가 문득 때리면서 이르되 "돌아가서 화상께 이 사실을 전하라" 하였다.  시자승이 돌아
와서 사뢰니, 협산이 이르되 "그승이 편지를 보았으면 삼일 안에 올 것이요, 편지를 보지 않
았으면 구제하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  과연 삼일 뒤에 와서 절도 하지 않고 바짝 마주 서
니, 협산이 이르되 "닭이 봉의 둥지에 끼어들었다.  같은 종류가  아니니, 나가라" 하였으니,
제각기 무명의 잡초를 헤치고 열반의 서늘한 바람을 쏘이면서 행갈한 안목을 등진 것이다.
  낙포가 협산이 보낸 시자승을 보고 돌려보낸 것은 도리어 만류한 것이 되었지만, 이미 온
이는 어찌 빈 손으로 돌아갔겠는가? 또 문정(門庭)이 높고 준엄해서  제각기 손을 쓸 수 없
음을 보고 문득 부드러운 계교로 그에게 나아가서 이르되 "멀리서 높으신 도풍을 듣고 달려
왔으니 한 번 제접해주십시오" 한 것이다.
  협산에게는 따로이 별다른 노비( 비)가 있었기에 이르되 "눈앞에 그대가 없고, 여기에 노
승도 없다" 하였으니, 낙포가 임제에게 오랫동안 참문했었기에 반드시 임제의 바른 영을 행
하고 그런 뒤에 종을 뛰어나고 격식을 초월한 방망이를 쓸 것으로 알았는데 낙포가 과연 할
을 하였다.  협산은 '그대 일러보라.  이것뿐이냐, 아니면 또 다른  법이 있느냐?' 하는 뜻에
서 이르되 "가만히 있거라.  아직은 경솔히 굴지 말라"  하였으니 바삐 서두를 필요가 없다
는 뜻이요, "구름과 달은 같지만 개울과 산은 각각  다르다" 한 것은 밀가루는 같으나 사람
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진다는 뜻이요, "천하 사람들의 혀를 끊어버리는 일은 없지 않다" 한
것은 천 길 되는 싸늘한 솔만이 있다는 뜻이요, "혀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할 줄 알게
할 수야 있겠는가?" 한 것은 다시 석순(石 )이 빼어나기를 바란 것이다.
  협산이 일찍이 문정의 시설〔門庭施設〕과 진리에 들어가는 깊은 이론〔入理深談〕에  관
하여 말한 적이 있는데 낙포는 문정의 시설 쪽이요, 협산은  진리에 들어가는 깊은 이론 쪽
이다.  낙포는 흰 물결 구경하기를 탐내다가 노를 잃고 급히  바로잡으려 했으나 잡지 못한
격이요, 협산 역시 도리어 임제의 바른 영〔正令〕을 가지고 그를 위해 설고 껄끄러운 열쇠
를 묵은 자물쇠에 던져준 격이라 하겠다.  낙포의 집에는 항상 떫떨한 식초가 있어, 일찍이
먹어서 신맛을 알고 있었으므로 여기에 서 굴복한 것이다.
  흥화(興化)는 이르되 "다만 성불할 일만 생각할 일이지  중생에 대한 근심은 해서 무엇하
겠느가?" 하였지만, 만송은 이르노니 "그러나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는 숲을 이루지 못하니
어찌하리요?" 하노라.
  설두는 이르되 "그 승이  불쌍하고 애통스럽게도 임제를 무색케  했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자식을 기르되 아비에게 미치지 못하면 가문이 당대에 쇠퇴한다" 하노라.
  "그가 이미 구름과 달은 같으니 나 또한 개울과  산은 각기 다르다" 하였으니, 만송은 이
르노니 "남산의 가을빛은 기상이나 형세가 서로 높아간다" 하노라.
  "어찌 혀없는 사람이 말을 할 줄  모른다고 하리요?" 하였으니, 만송은 이르노니 "아직은
분부를 전달하는 사인(舍人) 같도다" 하노라.
  "않을 방석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그에게 붙들려서 늘씬하게
한바탕 두틀겨맞는 일은 또 어찌하리요?" 하노라.
  "협산은 처방을 아는지라, 틀림없이 밝은 창 밑에서 약봉지를 늘어놓을 것이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남에게 빌려온 근본 처방〔本分草料〕은 돌려주는 것이 좋겠다" 하노라.
  오조 계(五祖戒)가 "다시 도리를 말해보라" 하고는 문득 나가 버렸는데,  만송은 이리노니
"독사의 성품이 영특하기는 하나 토해낼 것이 있다면 독기뿐이니라" 하노라.
  대양 연(大陽延)이 이르되 "그래도 화상께서 증명을  해주셔야지요!" 하였는데, 만송은 이
르노니, "지란(芝蘭)의 기질은 시들어도 끝내 향기를 뿜는다" 하노라.
 약산의 한 종파는 실로 이어받거나 들기나 어렵고, 운암의 마당쓸기는 먼지가 하늘을 찌르
고, 낙포의 굴복은 원한이 끊이지 않거니와 혀없이 말할 줄 알기와 손없이 주먹쓰기에 장점
이 있다 하겠다.  설사 방망이와 할이 엇바뀌어 날리더라도 겨우  반쯤만을 곁으로 드는 꼴
이니, 이 도를 온전히 붙들어 유지하는 일이라면 천동에게로 미루어야 한다.

(숭고)
  머리를 흔들고 꼬리를 흔드는 붉고 화려한 고기여,
-입으로 향기로운 먹이만을 탐하다가 몸이 그물에 걸리는도다.

  철저히 의지한 데 없이 몸을 돌릴 줄 알도다.
-오늘은 그물 밑에 끌리는도다.

  혀를 끊는 데도 기술이 있다지만
-그대는 이제사 눈을 쓸면서 솔씨〔松子〕를 찾지만…….

  코끝을 흔들어 젓는 데도 묘하고도 신통하다.
-나는 이미 풀섶을 뒤져 복령(茯 )을 얻었노라.

  밤이 창 밖에 밝음이여, 달빛이 낮과 같고,
-세 가지 광명의 힘을 빌리지 않으나

  바위 앞의 마른 나무여, 꽃송이는 항상 봄이로다.
-한 가락 봄빛의 공〔一色(功)〕만은 가만히 누린다.

  혀없는 사람이여, 혀없는 사람이여,
-코로 대화를 하겠군!

  바른 영을 오롯이 제창하는 한 구절이 친근하다.
-어두운 데서 주먹을 불끈 쥐어 뽐낸다.

  혼자서 하늘 밑을 거닐이니, 분명하여 또렷하고,
-참된 광명을 번쩍이지 않는다.

  마음대로 천하를 횡행하니, 즐거워서 흔쾌하다.
-어지러운 것은 저쪽일 뿐, 나에게야 무슨 관계가 있으랴?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낙포가 임제에게 하직을 고하니, 임제가 이르되 "임제의 문하에 지느러미 붉은 잉어가 있
더니, 머리를 흔들고 꼬리를 휘두르면서 남쪽으로 가버렸다" 하였으니, "철저하게 의지한 데
없이 몸을 돌릴 줄 안다" 한 것은 임제의 문하에서 이루어진 일로서 지위를  바꾸거나 공부
만을 바꿈으로써 완전히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임제의 광록(廣錄)에 이르되 "법을 듣되 의지함이 없는 도인이라야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
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의지할데 없는 경지에서 생겼거니와 진정 의지할 데 없음을 깨달으
면 부처도 얻을 수 없다.  이렇게 볼 줄 아는 자는 진정한 견해를 가진 자이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만일 낙포가 몸을 돌렸다면 어찌하여 마지막에 말이  없었을까? 판정해보
라" 하노라.
  천동은 그(낙포)에게 안목을 갖추었고 기술이 있다고 허락했지만 협산에게도 천하 사람들
의 혀를 끊는 기능이 없지 않아서 바른 영에 으거하여 혀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할  줄
알게 하는 일에만 서두르면서 하늘을 찌르는  콧구멍을 가뿐가뿐 흔들어 저었다고 한  것이
다.
  불과(佛果)가 협산의 주문 외우는 소리가 이야기 소리 같은 것을 보고 착어(着語)하되 "어
디에서 그러한 한 토막의 새끼줄〔一落  〕을 얻었을까?"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그것
이 곧 협산이 혀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하는  도리라" 하노라.  불과는 그러한 한
토막의 새끼줄은 없고 단지 천하 사람의 혀를 끊었을 뿐이니,  설사 따로이 몸을 돌리고 기
개를 토해내는 경지가 있더라도 꼭 혀없는  사람의 말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러보라. 
 
어떤 것이 이 사람의 경계일까? 송에 이르기를 "밤이 창 밖에 밝음이여, 달 빛이 낮과 같고,
바위 앞의 마른 나무여, 꽃송이는 항상 봄이로다" 하였으니, 이것이 혀없는 사람이  누릴 바
이다.  한(漢)의 명제(明帝)가 광명전(光明殿)을 지었는데 구슬〔     〕로써 발〔    〕을
만들고, 금문지방〔金  〕과 옥섬돌〔玉  〕로 밤낮으로 항상 밝게 했었다.
  동안 찰(同安察)이 이르되 "바위 앞의 마른 나무에서 길을 어긋나는 이가  많다" 하고, 동
산이 이르되 "바로 마른 나무 위에서 꽃을 따야 한다" 하였으니, 이 송의 뜻은 방망이나 할
에 높고 험준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백 자 장대 위에서 다시 한 걸음 내디뎌야 비로소 바른
영을 온전히 제창하는 친절한 한 구절임을 알 것이다.  이 경지에 이르면 눈이 사해에 높은
지라 혼자서 하늘 밑을 걸을 것이다.
  나중에 낙포가 이르되 "천하 사람들이 즐거워서 흔연해하더라도 나만을 수긍치 않으리니,
설사 천하 사람들이 그에게 혀 끊기는 일을 당하여 달게 여기더라도 협산이 이르기를 '위를
향하는 한 구멍이 다시 남았다' 하였으니, 어떤 것이  위를 향하는 한 구멍인가? 혀없는 사

이 말을 할 줄 아니 그대에게 말해주리라" 하였다.

제 36 칙
마조의 불편함〔馬師不安〕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마음도 뜻도 의식도 여의었으나 참구에는 아직도 그런 것〔    〕이 있고, 범부와 성인의
길을 벗어났으나 배움은 이미 지나치게 도도함〔      〕이 되었다.  이글거리는 도가니에
서 무쇠 맹아주〔    〕가 솟아나고, 검과 창 같은 입과 입술 앞에서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 
칼날을 범하지 않고 일러보라.

(본칙) 드노라.
  마대사(馬大師)가 편치 않으니,
-꼭 유마거사를 흉내낸 것은 아니겠지?

  원주가 문안하되 "요즘 법체 어떠하십니까?" 하였다.
-소임이 바빠서 자주 문안을 못 했지.

  마조께서 이르되 "일면불 월면불(日面佛月面佛)이니라" 하였다.
-혹시 힘줄이 떨리는 곽란이 아니었는지…….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옛사람은 병을 앓으면서도 불사를 하였다.   남악 사(南嶽思)대사에게 큰 병마〔病障〕가
생기니, 문득 그 병에 준하여 하나의 화두를 이루어 참구하되 "병은 업에서 생기고, 업은 허
망함에서 생기고, 허망함은 마음에서 생기는데 마음은 본래 남이 없으니, 병이 어디에서  새
이리요?"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홀연히 회복하였다.
  이에 대해 만송은 이르노니, "여래선(如來禪)에서 편안함을 얻었다" 하노라.  서경(西京)의
봉성 심(奉聖深)선사에게 총지(總持)라는 비구니가 있었는데 작략(作略)으로 병이 나서 게송
을 짓고, 이르되 "기운이  끊어지니, 정서(情緖)도 끊어지고  / 뜻〔意〕을 일으키려니 뜻의
길이 없도다 / 눈을 껌벅일 힘도 없으니 / 여러 해를 문 밖에 나가지 못한다 / 이것이 비록
조사선이기는 하나 / 마차 포대 속의 늙은 까마귀 신세로세"  하였다.  부용 해(芙蓉楷)화상
은 이르되 "이 게송 하나만으로도 자연히 우리  종을 계승한다"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이미 대단하기는 하나, 다시 다른 일이 있다 해도 무방하리라" 하노라.
  마대사는 과연 그러지 않았고, 원주도 감히 병의 더함과 덜함을 직접 묻지 않고, 조심스럽
게 묻되 "화상께서 요즘 법체가 어떠하십니까?"  하였는데, 그는 여래선이니 조사선이니 떠
들지 않고 다만 "일면불 월면불이니라" 고만 말했으니 일러보라.  그의 뜻이 무엇이던가?
  불과가 이르되 "지금 허다한 사람들이 마대사께서 원주를 제접한 일을 이야기한다.  어떤
이는 눈을 부라리고 이르기를 '여기에  있는 양쪽눈이 바로 일면불  월면불이다' 하고, 어떤
이는 이르기를 '평위산(平胃散)이나 달여오라.  무슨 고집〔    〕이 있는가?' 하고, 수(壽)

사는 이르기를 '한 이름도 여래의 명호를 전파하지 않은 것이  없고 한 물건도 노사나의 몸
을 밝히지 않은 것이 없다' 하니라"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불명경(佛名經)에 이 두 부
처님의 명호가 있는데 대사의 속뜻은 필경 무엇일까?" 하노라.
  듣지 못했던가? "망아지가 천하 사람들을 밟아 죽인다" 했는데,  천간(天覺)이 송하되 "습
방(습防 : 마조가 태어난 고을)의 망아지가 성질이 사나워서 / 비로의 정수리로 뛰어올라 밟
고 다니도다 / 바야흐로 지라〔脾〕를  앓더니 다시 머리까지 앓건만  / 병들었어도 아직도
살뜰한 정도 있도다" 하였다.  만송은 이르노니, "본 성품을 옮기기는 어려우나 강산은 고치
기 쉽다" 하노라.
  이는 마조가 병으로 쉬면서도 본분의 일로써 학인들을 제접했음을  송한 것이다.  우리들
은 몸이 건강하니, 결코 마조의 뜻을 저버리거나 천동에 대하여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될 것
이다.

(숭고)
  일면불 월면불이여,
-마주 보면 눈이 먼다.

  별똥이 튀고 번개가 번뜩인다.
-이미 신라를 지나갔다.

  거울은 형상을 대하여 사사로움이 없고,
-한 점도 속이기 어렵다.

  구슬은 소반 위에서 스스로 구른다.
-움켜쥐려 해도 머물지 않는다.

  그대 보지 못했는가? 망치 앞에 백 번 단련한 금이요,
-병·동이·팔찌·비녀·권(券)·발우·소반이라.

  재단사의 잣대〔刀尺〕밑에 한 베틀의 비단이라.
-이불·요·옷·관·옷깃·소매라.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이 일면과 월면, 두 부처님은 마치 별똥이 튀고 번개가  번뜩이는 것 같아서 생각이나 말
을 용납하지 않는다.  옛날 진왕의 궁에서 옥으로 거울을 만들어  모든 신하들을 비추면 간
·담·장부(장腑)가 모두 나타났었다.  또 여우와 너구리가 사람이 되었어도 거울에는 오직
본래의 모습만이 나타나니, 이는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다.   「물류상감지(物類相感志)」에
이르되 "낭풍포(낭風浦)에서 구슬이 나는데 그릇에 두면 스스로 구른다.  그래서 그것을 '달
리는 구슬〔    〕'이라 한다" 하였다.
  이는 마조의 마음이 묵은 거울과도 같고, 기개가 달리는  구슬과 같아서 그림자나 자취를
남기지 않음을 송한 것이다.  백번 단련한 금은 작가(作家)의 망치에  달려 있고, 한 베틀의
비단은 솜씨좋은 재단사의 잣대에 달렸다는 것이다.
  어떤 승이 운암(雲岩)에게 묻되 "크게 보임(保任)하는  사람은 그것과 하나입니까, 둘입니
까?" 하니, 운암이 이르되 "한베틀의 비단이  한 조각인가, 두 조각인가?" 하였는데, 동산이
대신 이르되 "마치 사람에게 나무를 접한 것 같으니라" 하였으니, 이는 경계와 정신이 만나
고, 지혜와 이치가 명합하고, 하늘색과 물색이 함께 가을이고, 인군과 신하의 도리가 합하는
도리이다.
  비단이 재단 칼을 만나면 베어지고 끊어짐이 사람을 말미암고,  금이 망치를 만나면 단련
함이 자기에 달려 있다.  일러보라.  납승의 분수에는 어떤 일을 성취하겠는가? 일면불 월면
불이니라.

제 37 칙
위산의 업식〔 山業識〕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밭가는 농부의 소를 몰아서  콧구멍을 끌어돌리고, 주린 사람의  밥을 빼앗아서 목구멍을
틀어 막는다.  이보다 독한 손을 쓸자가 있느냐?

(본칙)  드노라.
  위산( 山)이 앙산(仰山)에게 묻되 "어떤  사람이 와서 묻기를 '모든  중생은 다만 업식이
끝없이 망망해서 가히 의거할 근본은  없습니다' 하거든 그대는 어떻게  징험하겠는가?" 하
니,
-그 말이 바로 관가의 말이니 낙인을 찍을 필요는 없어라.

  앙산이 대답하되 "만일 어떤 승이 오거든 '아무개야!' 하고 불러서
-뒤통수의 한 망치, 온 것을 모르겠네.

  승이 고개를 돌리거든
-정수리 위에서 삼혼(三魂)을 떼내어버렸다.

  이르기를 '이것이 무엇인고?' 해서,
-화로와 냄비가 식기 전에 한 번 더 넣지.

  그가 머뭇머뭇 망설이거든
-발바닥 밑에다 일곱 혼 구멍을 뚫었다.

  그에게 이르기를 '업식이 끝없이 망망할  뿐 아니라 또한 가히  의거할 근본조차 없도다'

겠습니다" 하니,
-산 채로 잡고 산 채로 붙들었다.

  위산이 이르되 "좋은 말이다" 하였다.
-총고하는 입에서 친근한 말이 나온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어떤 승이 운암(雲岩)에게 묻되  "「화엄론(華嚴論)」에 이르기를 '무명주지번뇌(無明住地
煩惱)로써 모든 부처님의 부동지(不動智)를 삼는다' 하였는데, 이치가 지극히 깊고 현묘하여
깨달아 통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니, 운암이 이르되 "이것은  가장 분명한 도리여서
쉽게 알 수 있느니라" 하였다.  때마침 동자가 마당을 쓸고 있었는데 부르니, 동자가 고개를
돌렸다.  운암이 가리키면서 이르되 "이것이 부동지가 아니겠느냐?" 하였으니,  앙산이 승을
불러 고개를 돌린다 한 것이 바로 이 경지이다.  운암이 다시 동자에게 묻되 "어떤 것이 너
의 불성인가?" 하니, 동자가 좌우로 두리번거리면서 망연히 떠났다.  운암이 이르되 "이것이
무명주지번뇌가 아니겠는가?" 하였으니, 만일 이것을 안다면 당장에 성불하리라.
  동자가 어리둥절해 한 것이나 앙산의 승이 머뭇머뭇 망설인 것이 다르지 않고 무명주지번
뇌와 업식이 망망한 것이 또한 같으니, 운암과 앙산이 승을 감별하고 사람을 징험함에 분명
함이 이와 같거니와 만송이 보는 견해를 그렇지 않노니 "동자와 그 승은 모두가  철저히 부
동지인데 운암과 앙산은 끝까지 업식이 망망하다" 하노라.
  누군가가 그 도리를 판단해내면 바로 천동을 보리니, 그는 그렇게 송했다.

(숭고)
  한 번 불러 고개를 돌리니, 나를 알겠는가?
-진짜 날도둑인데 어찌 모르겠는가?

  희미한 담쟁이덩굴 밑이 달이 또 갈구리를 이루었네.
-몸은 숨겼는데 그림자가 드러났다.

  천금 같은 아들이건만 몰락의 길에 나서니,
-병풍이 다 찢어졌어도 뼈대는 여전히 남았겠지.

  끝없는 궁상길〔   〕에 허다한 근심 많아라.
-작은 그릇인지라 큰 분량을 담지 못한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백장이 상당하자 대중이 바야흐로 모이니 주장자로 일시에 내쫓았다가  다시 불렀다.  대
중이 고개를 돌리니, 백장이 이르되 "이것이 무엇인고?" 하였는데,  제방에서는 이것을 백장
의 하당법문〔下堂句〕이라 한다.  잘 참구하는 게 좋겠다.   왕형공(王荊公 : 安石)이 이르
되 "나는 설봉에게 한 말씀을 얻어  재상이 되었노라" 하니, 사람들이 굳이 청하매, 공이 이
르되 "그 노인이 항상 사람들을 보면 '이것이 무엇인고?' 하더라" 하였다.
  이 한 구절은 '승을 불러 고개를  돌린 일'과 '이것이  무엇인고?' 한 일을  송한 것이니,

를 알겠는가〔識我不〕할 때의 불(不)자는 보(甫)와  구(鳩)의  반절, 즉 '부'라  읽어야 하
며,  
앙산은 의리없는 손으로 방비 없는 집을  쳤는데 그 승이 만일 돌불〔石火〕밑에서도  깜박
알아본다면 가히 시끄러운 장터에서 천자를 알아볼 줄 안다 하겠거니와 만일 머뭇머뭇 망설
이다가 나서지 못하면 희미한 담쟁이덩굴 밑의 달이 또 갈구리를 이루는 것과 같다고 하겠
다.
  황벽이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마자 주장자로 쫓아버렸다가  다시 부르니, 대중이 고개를
도리자 황벽이 이르되 "달이 당긴활〔   弓〕같은데 비는 적고 바람은  많다" 하였는데, 이
송의 뜻은 이 대목을 인용한 것이다.
  석실 선도(石室善道)가 앙산과 더불어  달구경을 하는데 앙산이 묻되  "달이 뾰족할 때에
둥근 모습이 어리로 가며 둥글  때엔 뾰족한 모습이 어디로 가는가?"  하니, 석실이 이르되
"뾰족할 때엔 둥근 모습이 숨고, 둥글 때엔 뾰족한 모습이 그대로 있다"  하였고, 운암은 이
르되 "뾰족할 때엔 둥근 모습이 있고, 둥글 때엔 뾰족한 모습이 없다" 하였고, 도오(道吾)는
이르되 "뾰족할 때에도 뾰족하지 않고, 둥글 때에도 둥글지 않다"  하였는데, 뾰족한 모습이
곧 갈구리 모습이다.
  낙빈왕(駱賓王)의 시에 이르되 "이미 둥글기가 거울 같거니, 어찌 다시 갈구리같이 굽어질
필요 있으랴?" 한 것이 있고,  화엄종에서는 '비밀은현구성문(秘密隱顯俱成門 : 비밀하여 숨
으나 드러나나 모두 성립된다)'이라고 이름하였고, 또 경전에  이르되 "10일지보살이 법성을
보되 마치 얇은 비단을 통해 달을 보는 것 같다" 하였으니, 비단 밑의 달〔羅月〕이라고 썼
어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백의 시에 "담쟁이 덩굴 밑의 달〔  月〕은 아침 거울에 걸
렸고, 솔바람은 밤의 거문고 줄에서 운다" 하였으니, 역시 담쟁이덩굴 쪽이 멋이 있다.
  천동은, 몽롱한 새 달이 연기 같은 담쟁이 덩굴에 숨어서 비추니 또렷하지는 못하나 이미
그 윤곽〔圭角〕은 드러났다는 점에서 그  승이 반쯤은 밝고 반 쯤은  어두우며, 살아 있는
듯도 죽은 듯도 하다는 점을 송해낸 것이다.  만송은 마치 염철판관(鹽鐵判官 : 계산에 능숙
한 관리)과 같노니 진실로 천동은 깊고 세밀한 바늘과 실을 가지고 있지만  만일 실이 끊어
진다면 비단에 새기는 문채는 끝내 이루기 어려웠으리라 하노라.
  밀사백(密師伯)이 동산과 길을 가다가  흰 토끼가 지나가는 것을  보자 이르되 "준수하도
다" 하니, 동산이 묻되 "왜 그런가?"  하고 다그쳐 물었다.  밀사백이 대답하되  "마치 백의
(白衣)의 몸으로 재상의 직위를 받은  것 같소이다" 하니, 동산이 이르되  "건방지게도 그런
소리를 하다니……" 하였다.  밀사백이 도리어 묻되 "그대는 어떻게  여기는가?" 하니, 동산
이 이르되 "여러 대의 영화가 잠시에 몰락하도다" 하였다.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상림부(上林賦)에 이르되 "천금 같은 아들은 마루 끝〔   〕에 앉지
않는다" 하였고, 완적(阮籍)은 항상 시거(柴車 : 허술한 수레)에 앉아 길을 가다가 험궁한 곳
을 만나면 문득 통곡을 하고 돌아왔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길을 찾아 집에 돌아올 수만 있
다면 그대로가 몸을 돌이켜 아버지께 돌아가는 도리라"  하노라.  듣지 못했는가? "한 생각
광채를 되돌리면 문득 본래 부처님의 부동지가 중생들의 처지에서는 업식이 망망하다고  불
리우는가? 등(燈)이 곧 불인 줄 벌써 알았으면 밥이 익은 지는 벌써 오래되었으리라.

제 38 칙
임제의 참사람〔臨濟眞人〕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도적을 아들로 여기고 종을 서방님으로 오인하도다.  깨진 나무표주박이  어찌 선조의 해
골바가지일 리 없으며, 나귀의 안장 역시 아버지의 아래턱이 아니다.  국토가 쪼개지고 땅〔 
   〕이 나뉠 때 어떻게 주인을 가려야 될꼬?

(본칙)  드노라.
  임제가 대중에게 보이되 "한분의 지위없는 참사람〔無位眞人〕이 있어
-터를 잡고, 다리를 안정시켰다.

  항상 여러분의 얼굴에서 출입한다.
-등 뒤의 것, 척〔   〕

  "초심자로서 증거를 잡지 못한 초심자는 살펴보라" 하니,
-안목을 갖추었는가?

  이때 어떤 승이 나서서 묻되 "어떤 것이 지위없는 참사람입니까?" 하였다.
-말귀는 알아듣느냐?

  임제가 선상에서 내려와 멱살을 움켜잡으니,
-그대는 잠시 모른 체 하라.
 
  다시 그 승이 머뭇머뭇 망설이거늘
-그 참사람을 둔하게 만드는군!

  임제가 확 밀어놓으면서 이르되 "지위없는 참사람이라니, 무슨 똥  말리는 막대기〔   〕
냐?" 하였다.
-흡사 바리때도 만져보지 못한 자가 시장하지 않다고 하는 꼴이로군!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임제가 「광어(廣語)」에서 이르되 "5온의 몸밭〔身田 : 몸〕안에 지위없는 참사람이 있어
당당하게 드러나 털끝만치의 간격도 없거늘 어찌하여 알아보지 못하는가?" 하였다.  마음이
란 법은 형상이 없으되 시방에 꿰뚫어 통했나니, 이미  시방에 꿰뚫어 통했다면 5온의 몸밭
안에만 있지만 않을 것이다.
  "얼굴에서 출입하니 증거를  잡지 못한  초심자들은 살펴보라" 하였으니,  만송은 이르되
"지위없는 참사람이 대중을 살펴보는가, 대중이 지위없는 참사람을 살펴보는가?" 하노라.
  때에 어떤 승이   되 "어떤  것이 지위없는 참사람입니까?" 한 것에  대해서, 제방에서는
"그 말소리까지도 내쳐야 할 일이다" 하였는데 나귀를 탄 이가 자리 밑을 보지 못하는 꼴이
되었음에야 어찌하겠는가.  임제가 선상에서 내려와서 멱살을 움켜쥐고서 이르되 "일러보라. 
참사람이 어디에 있는고? 빰 한 대 갈겨줌이 좋겠다" 하였다.   그 승이 머뭇거리면서 말하
되 "참사람이 없어서 아깝습니다" 하니, 임제가 확 밀어 풀어주면서 이르되 "지위없는 참사
람이라니, 무슨 똥 말리는 막대기〔   〕냐?" 하였으니, 빤히 마주 보면서 숨기는 짓이로다.
  설봉이 이르되 "임제는 마치 백주의 날도둑 같다" 하였거니와, 만송은 이르노니  "잡혔다"
하노라.  설두가 이르되 "도대체 능숙한 도적은 귀신도 헤아리지  못해야 되는데 그는 이미
설봉에게 들켰으니, 능숙한 솜씨는 아니다" 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대중을 불러 이르되 "설
도가 오늘 여러분들의 눈알을 바꾸어주리니, 그대들 만일 믿지  못하겠거든 제각기 방에 돌
아가서 더듬어보라" 하였는데, 만송은 이르노니 "설두는 눈썹까지도 몽땅 잃어버렸다" 하노
라. 도적의 손아귀에서 도둑질하는 법을 알려면 천동에게 물어보아야 될 것이다.

(숭고)
  미혹과 깨달음이 서로 거스리나
-털끝 하나 막힌 것 없다.

  묘하게 전하여 간결하다.
-이미 바람과 먼지에 그을렸다.

  몸이 백 가지 꽃봉오리를 터트림이여, 한 번에 불고,
-놓아버리니 위태로워지겠고

  힘이 아홉 소를 끌어 돌이킴이여, 한 번에 당기도다.
-거두어들이자니 너무 빠르다.

  그러나 진흙과 모래는 뚫어도 열리지 않음을 어찌하랴.
-내 안목이 본래 밝았으되
 
  감로의 샘눈〔   〕을 분명히 막아버렸네.
-스승 때문에 삿되어졌다.

  갑자기 샘줄기 터져 어지러이 넘치면
-선상을 흔들어 쓰러뜨린 일 조금도 이상하다 할 것 없어라.

  위험하다 하리라.
-주장자를 던지면서 이르되 "한 수 놓쳤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원각경(圓覺經)」에 이르되 "마치 미혹한 사람이 4방을 바꾸어  처하되 그 실제의 방위
는 본래 옮기지 않는 것같이 깨달았을 때에도 다만 예대로이다" 하였다. 「종경록(宗鏡錄)」
에 이르되 "그 동안은 깨달음을 미혹했는지라 미혹한 듯하고, 오늘에 미혹을 깨달음은 깨달
음이 아니다" 하였으니, 이것이 참으로 묘하게 전하여 간결하고, 베풀되 낭비하지 않는 것이
다.  이를 알아차리면 붉은 살덩이가 그대로 지위없는 참사람이요, 알아보지 못하면 참사람
이 전과 같이 얼굴을 향해 드나들 것이다.
  그 승에게도 있건만 단지 드러낼 줄 모르고 활용할 줄 몰라서 도리어 참사람의 종이 되어
말을 전하고 말씀을 보내고 안부를 묻고 소식을 묻다가 마침내는 임제로 하여금 높은 데서
내려와 낮은 데로 가서 본체를 드러내어 완전히 작용해야 하는 수고를 하게 하였다.  그 승
도 이미 손 쓸 것이 없게 되고, 임제 또한 몸을  추슬러 뒤돌아볼 겨를도 없어 수저도 돌아
올리지 못하게 된 것을 보고는 문득 이르되 "지위없는 참사람이라니, 그 무슨 똥 말리는 막
대기 같은 소리인가?" 하였다.
  이는 능히 놓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며 불러서는 모으고 할해서는 흩어뜨리는  가풍이니,
마침내 말〔句〕밑에 죽은 듯이 얽매여서 사람들의 가슴에 병이  되어주지는 않는다.  천태
가 이르되 "한 번 불어 세계가 이루어지고, 한 번 할하여 세계가 무너진다" 하였고, 또 이르
되 "불어야 할 때에 할을 하고, 할을 해야 할 때에 분다" 고도 하였다.
  「열자(列子)」에 말하기를, 공의자(公儀子)는 힘이 세기로  알려졌기에 주나라의 선왕(宣
王)이 예를 갖추어 초빙했다.  그런데 이르고 보니, 나약한  사내였다.  왕이 묻되 "경의 힘
은 어느 정도인가?" 하니, 대답하되 "신은 능히 봄 벌레의 다리를 꺾을 수  있고, 가을 매미
의 날개를 이길 수 있습니다" 하였다.  왕이 얼굴을 붉히고  다시 묻되 "나의 힘은 능히 무
소의 가죽을 찢을 수 있고, 아홉 마리 소의 꼬리를 뒤로  끌 수 있는데도 오히려 약해서 유
감인데 그대는 이와 같으면서도 힘이 세다고 알려진 까닭은 무엇인가?" 하였더니, 대답하되
"신의 명성은 그 힘을 이기는 데 있지 않고, 힘을 활용하는 데 있습니다"  하였다.  이는 임
제의 놓고 거두는 힘이 자재함을 송한 것이다.
  법안이 우물을 파는데 모래 때문에 샘눈이 막히는 일이 생겼다.   이에 곁의 승에게 묻되
"샘눈이 막힌 것은 모래가 막았기 때문이거니와  도의 눈이 트이지 않는 것은 어떤  것에게
막힘을 당해서인가?" 하니, 승이 대답이 없거늘 스스로 대답하되 "눈에 막혀서이니라" 하였
으니, 일러보라.  그 승이 샘눈을 막았는가, 임제가 샘눈을 막았는가?
  갑자기 물줄기가 튀어나올 때엔 어떠하겠는가? (주장자를 들었다가 자리에서 내려오시니,
대중이 일시에 흩어져버렸다.)

제 39 칙
조주, 바리때를 씻으라〔趙州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밥이 오면 입을 벌리고 졸음이 오면  눈을 감는다.  얼굴을 씻을 때에 콧구멍을  만질 수
있고 신을 신을 때 발꿈치를 더듬게 된다.  언제 화두를 놓치는가 횃불을 들고 밤이 깊도록
따로이 찾아보라.  어찌해야 만날 수 있을까?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조주에게 묻되  "학인이 처음으로 총림에  들어왔으니, 스님께서 지시해주십시
오" 하니,
-총림도 그대를 미워하지도 않았는데…….

  조수가 이르되 "죽은 먹었으냐?" 하였다.
-순수한 황금이요 형산의 백옥이라.

  승이 이르되 "먹었습니다" 하니,
-오래된 납승도 이 신참만은 못하겠다.

  조주가 이르되 "바리때를 씻으라" 하였다
-잘못 사람을 시기하지 말라.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곧은 낚시로 용을 낚는다는 말이 이미 칠통(漆桶)처럼 둔한 무리였고  낚시에서 세 치 떨
어진단 말이 이미 강자(舡子)를 이긴 협산(夾山)으로 하여금 배를 차지하게 했다.  사람들이
자격(分)이 없다고 것은 아니나 대체로 먹이를 탐내다가 낚시를 삼키는 꼴이거니와 저 조수
를 보라.  낚시대를 꺾어버리지도 않고, 배를 걷어차 뒤집지도 않은 채 돌다리〔石橋〕위에
한가로이 앉았거나 외나무다리〔   〕옆에서 세월을 보내도 저절로 언덕을 올라와서 손아귀
에 드는 자가 있는 것이다.
  본록(本錄)에는 그 승이 이를 인하여 깨달았다  하였으니, 가히 장대 끝의 낚싯줄은  그대
마음대로 희롱하시오마는 푸른 파도를 범하지 않는 것은 각자에게  달렸다 할 것이니, 조수
가 임공자(任公子 : 장자에 나오는 인물)처럼  앞에서 뜻을 얻었는데 천동이 뒤에서 뱃전을
두드려 주는 것을 다시 보라.  그의 송은 다음과 같다.

(숭고)
죽을 다 먹자 발우를 씻으라 하니,
-쾌속한 인편은 만나기 어렵다.

활연히 트인 마음바탕은 저절로 부합된다.
-오늘뿐이 아니다.

지금에 넉넉히 참구한 총림의 나그네여,
-역시 죽을 먹고는 바리때를 씻는다.

일러보라.  그 사이에 깨달음이 있었더냐?
-한 사람이 거짓을 전하면 만 사람이 사실처럼 전한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영운(靈雲)이 복사꽃을 보자 도를 깨닫고 위산에게 게송을 바치니, 위산이 이르되 "반연을
좇아 들어온 자는 영원히 물러나지 않으리라" 하였는데, 현사(玄沙)가 전해듣고  이르되 "매
우 매우 당연하신 분부이나 감히 말씀드리는 바는 노형(老兄 : 영운)은 아직 사무치지는 못
했습니다" 하였다.  영운이 이 말을 전해듣고 이르되 "화상은  깨달으셨습니까?" 하니, 현사
가 이르되 "그렇게 해야 된다" 하였다.
  천동은 그 승이 깨달음을 얻어, 마음바탕이 서로  계합한 경지를 송한 것이다.  그  승은
처음으로 총림에 들어와서 크게 깨닫고,  크게 사무치겠다고 외쳤으니, 오래 참구한  총림의
선객들은 일러보라.  깨달음이 있는가 없는가 하였으니, 이런 것을 징문(徵問)이라 한다.
  설두는 이르되 "본래 미흑도 깨달음도 없다고 하는 이는 삼대〔 〕같이 수도 없건만 오직
영운만을 작가(作家)라는 허용한다" 하였는데, 현사는 이르되 "아직  사무치지는 못했다" 하
였고, 설두는 "홀로 작가라고 허용한다" 하였으니, 서씨네 여섯째〔徐六〕가 송판을 지고 솔
밭을 지나는 격이라, 제각기 한쪽만 보는 꼴이다.  일러보라.  바리때를 씻는 승이 깨달음이
있었느냐?
  태평은 본래 장군이 이룩하는 것이지만 장군이 태평스러워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제 40 칙
운문의 흑과 백〔雲門白黑〕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스승의 지혜〔   〕가 움직이는 곳에 지혜로운 눈도 어리둥절 해지고 보배의 거울이 열릴
때에 가느다란 티끌도 피하지 못한다.  주먹을 펴서 차별의 경지에  떨어지지 않을 때가 시
물에 응하매 시기를 잘 안다.  두 칼날이 서로 만날 때엔 어떻게 피할꼬?

(본칙) 드노라.
  운문이 건봉(건봉)에게 묻되 "스님께서 대답을 해주십시오" 하니,
-빈 머리에는 정수리도, 턱도 없다.

  건봉이 이르되 "노승에게 이르렀는가?" 하였다.
-벌써 그대에게 대답해 마쳤다.

  운문이 이르되 "그러면 제가 늦었습니다" 하니,
-사양하면 남음이 있다.

  건봉이 이르되 "그랬더냐? 그랬더냐?" 하매.
-결코 그렇다고 이해하지 말라.

운문이 이르되 "후백(侯白)뿐이라 여겼는데 다시 후흑(侯黑)이 있도다" 하였다.
-좋은 솜씨에는 좋은 수가 나오지 않는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미란왕(彌란王)이 나선(那先)존사에게 묻되 "내가 질문을 하겠으니, 스승께서 대답을 해주
시겠소?" 하니, 나선이 대답하되 "물으소서"  하였다.  왕이 이르되 "나는 이미  다 물었소"
하니, 나선이 이르되 "나도 이미 대답해 마쳤습니다" 하였다.  왕이  묻되 "무엇을 대답하셨
소?" 하니, 나선이 대답하되 "대왕께서는 무엇을 물으셨습니까?" 하였다.   왕이 이르되 "나
는 물은 바가 없소" 하니, 나선도 대답하되 "나도 대답한 바가 없습니다" 하였으니, 이는 오
히려 찾아 규명할 수 있는 일이거니와 운문이  물은 곳은 마치 맑은 하늘에서 번개가 치는
것 같고, 건봉이 대답한 곳은 마치 가문 땅에 우레가 치는 격이다.
  쌍으로 놓고, 쌍으로 거두기에 이르러서는 도리어 머리도 있고  꼬리도 있음을 보게 되리
니, 이것이 납승이 아니면 보지 못하고 작가가 아니면 보지 못한는 도리이다.
  천동화상은 이 부문에 깊숙이 들어와서 다음과 같이 송했다.

(송고)
활시위와 화살이 서로 물렸고
-높고 낮음에 두루 응한다.

그물의 구슬이 마주 대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

백 발을 쏘아 백 번 맞추니, 화살마다 헛되지 않고,
-상대를 겨냥함에 기준이 있다.

뭇 경개를 거두니, 광채와 광채가 걸림이 없다.
-홀로 빛나서 삿됨이 없다.

언구(言句)의 총지(總持)를 얻었고,
-말을 내뱉으면 문장을 이룬다.

오가는 동작의 삼매에 머물렀다.
-일거 일동이 박자에 맞는다.

그 사이가 묘함이여, 편(偏)과 원(圓)이 엇바뀌고
-구슬이 소반 위를 달리는 것 같다.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 함이여, 가로와 세로에 자재하다.
-바른 영이 시행되는 시기를 살피라.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활이 활시위에 걸렸으니, 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은, 운문이 물은 기봉(機鋒)이 예리해
서 범접할 수 없음을 송한 것이요, 그물의 구슬이 마주  대했다는 것은 건봉이 대답한 곳이
손과 주인이 뒤섞여 물음이 대답 속에 있고 대답이 물음 속에 있음을 송한 것이다.
  백 번 쏘아 백 번 맞춘다 한  것은 운문이 이르되 "제가 늦었습니다" 한 것을  송한 것이
니, 지각(智覺)이 이르되 "어떤 사람이 땅을 향해 활을 쏘면 맞지 않을 리가  없다"고 한 것
과 같다.
  빛이 얼기설기 얽히었다 함은 사사무애의 도리이니,  이는 건봉이 이르되 "그랬더냐?" 한
것을 송한 것이다.  「화엄경소」에 이르되 "제석천왕의 궁전에는 구슬을 꿰어 그물을 만들
었는데 빛과 그림자가 서로 비추어 겹겹이 다함이 없다" 하였다.  이는 공안의 대의를 송한
것이니 구절구절을 꼭 배대해서 국집〔     〕할 필요는 없다.
  운문이 이르되 "후백 뿐이라 여겼는데 다시 후흑(侯黑)이 있구나!" 한 것은 수(隋)나라 때,
후백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자는 군소(君素)였고, 익살과 말재주가 능숙한 사람이었다.  대장
군 양소(楊素)가 그를 보고 잘 아는  터이라 「정이기(旌異記)」를 찬술했는데 인간과 신의
보응이 심히 자세하여 가히 볼  만하다.  당나라 때의 이백(李白)은 시에  능했는데, 나중에
이적(李赤)이라는 자가 이백의 흉내를 냈으나 전혀 비슷하지도 않아서 사람들에게 웃음거리
가 되었다.  이제 후흑이라는  것도 역시 그러한 종류이다.  어떤 책에는 이르되 "나는 벌써
후백이었는데 그대 다시 후흑이라" 하였으니, 더욱 심하다는 뜻이다.
  총지(總持)에 세 종류가 있으니, 많은 글자, 한 글자, 글자 없음〔無字〕으로서 모든  법문
을 총괄해 지닌다는 뜻이다.  삼매는 정수(正受), 즉 바른 선정이다.   천동의 송에, 편과 원
〔偏圓〕이라 함은 이와 사〔理事〕를 가리킨다.  관국사(관국사 :  청량)께서 이르되 "이치
는 원하고 말은 편하니 말이 생기면 이치는  죽는다" 하였고, 천태지관에 이르되 "원이삼점
(圓伊三點)은 삼수변의 세 점처럼 세로로 놓인  것도 아니며, 불화변의 네 점처럼  가로놓인
것도 아니다.  세로로 삼제를  다했기에 놓다 하고 가로로  시방에 두루했기에 넓다" 한다. 
 
그러므로 「법화경」에 이르되 "그 수레는 높고 넓다" 하였다.
  천동은 곁으로 교해(敎海)까지도 통달하고, 훤하게 이론의 하늘을 꿰똟었다.  운문과 건봉
이 글자없는 비를 세우자, 천동이 노래를 부르되 말없는  시로 들어갔으니, 정녕 양수(楊修)
가 처음으로 젊은 며느리〔 婦〕라는 글을 보고, 보자마자 묘할 묘〔妙〕자임을 안 것과 같
다 하리라.

제 41 칙
낙포의 임종〔洛浦臨終〕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때로는 충성으로 자기를 낮추는데 괴로움과 굴욕스러움을 다 설명키 어렵고, 때로는 재앙
이 남에게까지 미치건망 승복하려 하지 않는다.  길 떠나나기 직전에 천하에 구박을 받더니
마지막이 가장 정성스럽구나, 아픈 창자에서 눈물이 나오니 더 숨기기는 어렵도다.  그래도
싸늘한 눈으로 볼 이가 있는가?

(본칙)  드노라.
  낙포(洛浦)가 임종에 대중에게 보이되 "지금 한 가지 일이 생겼기에 그대들에게 묻노라.
-자신이 도리어 군사 기밀을 누설하는구나.

  그것이 만일 옳다면 머리 위에 머리를 포개는 격이요,
-그렇게 해도 되지 않고

  만일 옳지 못하다면 목을 베고서 살기를 바라는 격이다" 하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다.

  이때 수좌(首座)가 있다가 말하되 "푸른 산은 항상  움직이고 밝은 대낮에는 등심지를 돋
구지 않습니다" 하였다.
-말하기는 분명히 하나 꼬집어내기란 더욱 어렵다.

  낙포가 이르되 "지금이 어떤 때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가?" 하니,
-돈 잃고 죄를 받았다.

  언종상좌(彦從上座)라는 이가 있다가 나서서 이르되 " 이  두 가닥의 길을 떠나서는 스님
은 더 묻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처음과 끝의 입을 열기는 쉬우나, 추운 겨울 소나무의 마음은 보존키 어렵다.

  낙포가 이르되 "틀렸다.  다시 일러라" 하니,
-시는 거듭 읊어야 비로소 공을 본다.

  언종이 이르되 "저는 말로는 다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사람으로 하여금 풍류를 올리는 꼴을 보지 않게 하려 함이라.

  낙포가 이르되 "나는 그대가 말로 다할 수 있거나 말로 다할 수 없거나에  관여하지 않는
다" 하니,
-밑이 빠졌으니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

  언종이 이르되 "저에게는 화상께 대꾸할 시자가 없습니다" 하였다.
-그림자를 만드는 풀단이 언제나 몸을 따라 다닌다.

  저녁이 되자, 언종상좌를 불러서 이르되 "그대가 오늘 대꾸한 것에는 어떤까닭이 있는가?
-그저 애써서 머리를 흐리게만 하는군!

  마땅히 선사(先師)께서 이르시기를 '눈앞에  법이 없건만 뜻이 눈앞에   있다' 하신 것에

합되어야 한다.
-달 속의 계수나무를 베어넘기면 맑은 광채가 더욱 많으리라.

  그는 눈앞의 법이 아닌지라 귀와 눈이 미칠 바 아니니,
-달이 지면 와서 만나리.

  어느 구절이 순〔  〕이며, 어느 구절이 주인〔主〕인가?
-결코 이야기를 두 토막으로 내지 말라.

  만일 가려낸다면 발우와 걸망을 전해 주리라" 하니,
-몽둥이를 들고 개를 부르네…….

  언종이 이르되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진짜 전해주어야 되겠군!

  낙포가 이르되 "그대가 꼭 알아야 한다" 하니,
-아홉 길 산을 쌓으려 하면서……..

  언종이 이르되 "실로 알지 못합니다" 하였다.
-한 삼태기의 흙도 보태지 않는구나.

  낙포가 할을 하면서 이르되 "괴롭구나! 괴롭구나!" 하니,
-한 배에 탄 사람을 몽땅 속이는구나.

  어떤 승이 묻되 "화상의 높으신 뜻은 어떠하십니까?" 하였다.
-불을 잃은 자리에서 숯토막을 얻는다.

  이는 낙포가 이르되 "자네의 배는 아직 맑은  파도 위에 뜨지도 않았는데 검혈(검혈)에서
는 공연히 나무거위〔木  : 신호〕를 날리느라 헛수고만 했구나" 하였다.
-솜씨를 자랑하다가 도리어 졸작이 되었구나.

(명창)  스승께서는 이르시다.
  낙포가 임종할 때에 노파심이 지나치게 간절하기에 수좌가 마음을 다해 털어놓았거늘  도
리어 때가 아니라 꾸짖었고,  언종상좌는 입술가죽을 놀리지도 않았거늘  그는 알아야 됨이
합당하다고 허락함으로써 두세 번 달을 건지는 시늉을 했으나, 아깝게도 극빈유나(克賓維那)
가 벌전으로 국밥값을 달게 낸 일과 삼성(三聖)이 눈먼 나귀이기  때문에 정법을 멸한다 한
일들을 한결같이 묻어버렸도다.
  현각이 이르되 "일러보라.  언종상좌는 실제로 알지 못했는가, 아니면 발우와 걸망을 차지
하는 것이 두려워서였는가?" 하였다.  그러므로 전등서적〔燈錄〕에는  언종을 법제자의 발
연에 수록하고 있다.
  낙포가 일찍이 대중에게 보이되 "이론 밖에서 종취를 바로 밝힐지언정 말 구절 안에서 법
칙을 찾지 말라" 하니, 어떤 승이 묻되 "부사의(不思議)한 경지를 행함이 어떠합니까?" 하였
다.  이때, 낙포가 대답하되 "푸른 산은 항상 움직이고 있는데 밝은 해는 자취〔  〕를 옮기
지 않는다" 하였으니, 이것으로 징험하건대 수좌와 언종상좌는 분명해서 볼 수 있거니와 낙
포의 분상에도 뒤를 거두어줄 사람이 있겠는가? 백 년 뒤에 도리어 천동이 있었다.

(숭고)
  구름으로 먹이 삼고 달로 낚시 삼아 청진(淸津)에서 낚시줄을 드리우니
-사람을 놀라게 하는 파도에 뛰어들지 않으면 마음에 맞는 고기를 만날 수 없도다.

  나이 늙고, 마음 외로워 금비늘을 얻지 못했네.
-조급히 생각해서 무엇하리요.

  한 곡조의 이소가(離騷歌)로 돌아온 뒤에는
-어디로 갔는고?

  멱라강(멱羅江)위에 홀로 깬 사람 됐네.
-낙포가 있지 않는가.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옛사람이 긴 무지개로 낚시대를 삼고, 초생달로 낚시를 삼고 조각구름으로 낚싯밥을 삼아,
청진에서 자비의 배를 띄우려면 검협(劒峽)에는 먼저 나무거위를  띄웠었다.  항주(杭州) 오
운(五雲)화상의 「좌선잠(坐禪箴)」에 이르되 "검각의 흐름을 따라가려면 나무거위 띄우기를
지체하지 말라.  대체, 검협은 물이 급하고 골짜기가 좁아서 두 배가 서로 부딪치면 반드시
부서진다.  그러므로 먼조 나무를 쪼개서  띄워내려야 하나니, 이를 나무거위라 한다"  하였
다.  제방에서는 다르게 말하기도 하나 신빙하기 어려우니, 「선잠」을 좋은 증거로 삼는 것
만 못 할 것이다.
  "나이 늙고, 마음 외로워 금빛 비늘을 얻지 못했다"  한 것을, 모르는 이들은 낙포가 후계
자가 없기 때문이라 하는데 낙포는 무릇 열  한 사람을 얻었으니, 오아(烏牙)·청봉(靑峰)등
은 모두가 백미(白眉)의 노작가이다.
  막막암(莫莫庵) 눌(訥)화상은 시에서 이르되 "고금에  술로 이름난 사람들 /  모두가 흠뻑
취하면 호걸·영웅되었다 / 못가에 초췌하게  오가는 이 / 혼자만  깨었다기에는 합당치 않
다!" 하였다.
  굴원(屈原)의 자는 평(平)이니, 초(楚)의 회왕(懷王)에게 벼슬하여 삼려대부(삼려대부)에까
지 이르렀으나 근상(근상)이 라는 사람의  모함을 받아 장사(장사)로 귀양을  갔다.  강가를
홀로 걷다가 어부에게 이르되 "온 세상이 모두 취했는데 나 혼자만 깨었고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 혼자만 맑다" 하고,  멱라강에 빠져죽었다.  멱라강은 담주(담주)의 나현(나현)에
있다.  「문선(文選)」에 이르기를 "「이소경(이소경)」은 굴원이 지은 것이라" 하였다.
  낙포의 임종시에 언종이 미련하여 낚시를 드리우되 일푼일문〔分文〕도 손에 들어오지 않
았고, 겨루되 마침내는 물도 쌀도 바꾸어들이지 못했으니  알겠는가? 제후의 지위에 뽑히지
않은 것이 도리어 한가로웠느니라.

 


제 42 칙
남양의 물병〔南陽  〕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바리때를 씻고 물병〔  〕에 물을 채우는 것이 모두가 법문의  불사요, 장작을 나르고 물
을 긷는 묘용·신통 아닌 것이 없거늘 어찌하여 광명을 뿜거나 땅을 흔들 줄은 모르는가?

(본칙)  드노라.
  어떤 승이 남양 충(南陽忠)국사에게 묻되 "어떤 것이 본래의 몸인 노사나입니까?" 하니,
-그대, 이름을 바꾼 것 아닌가?

  국사가 대답하되 "내게로 저 물병〔  〕을 갖다 다오" 하였다.
-이야기하기를 꺼리시는 것이 아닐까?

  승이 물병을 갖다드리니,
-화두를 잊지 말라.

  국사께서 이르되 "다시 본래 있던 곳에다 두어라" 하였다.
-이 도리를 거듭 선포하는구나!

  승이 다시 묻되 "어떤 것이 본래의 몸인 노사입니까?" 하니,
-어디를 오락가락하는가?

  국사께서 이르되 "옛 부처님은 과거 오래전의 분이니라" 하였다.
-여기서 별로 멀지 않을 터인데…….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석상(石霜)이 도오(道吾)에게 묻되 "어떤 것이  눈에 뜨이는 모두가 보리인  도리입니까?"
하니, 도오가 사미를 불렀다.  사미가 "예" 하고  대답을 하니, 도오가 이르되 "물병에 물을
좀 채워다 다오" 하였다.  그러고 조금 있다가 문득 석상에게 묻되 "조금 전에 무엇을 물었
었지?" 하니, 석상이 입을 열려고 망설이거늘 도오가 문득 방장으로 돌아가매,  석상은 비로
소 깨달음을 얻었다.  이때, 도오는 먼저는 말로는 통하지 않는 말〔  〕*을  썼고 나중에는
두려워서 달리는 시늉〔  〕*을 썼는데  만일 칼 끝에 상하거나  손길을  범하지 않았다면

상은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나, 국사께서는 자비가 깊으셔서 풀밭을 헤매는 말씀〔  〕을 내
리셨으니, 이는 단지 은혜를 아는 이가 적을 뿐이다.  그러므로 천동이 꽃을 따고〔  〕물을
긷는 심정을 다한 것이다.

(숭고)
  새는 공중으로 다니고
-척척 들어맞는구나!
{{* 법신을 가리우는 구절(말)
* 훌륭한 덕을 가진 이가 난세를 만나 초야에 들어가 초적이  되어 산다는 뜻.  불문에서는
자기의 수
준을 낮추어 상대방에 맞도록 베풀어주는 자비를 뜻한다.
}}
  고기는 물에 있으니,
-왼쪽인가, 오른쪽인가?

강과 호수를 잊었고
-이쪽인가, 저쪽인가.

구름과 하늘에선 뜻을 얻었다.
-가함도 불가함도 없다.

실 한 올만치 마음에 망설이면
-다만 이 산 속에 있으련만…….

얼굴을 대하고서도 천 리가 되니,
-그름이 깊어서 자리를 모른다.

은혜를 알아 은혜를 갚는 이여,
-기억해둘 일이다.

인간 세상에 몇이나 될런고?
-외아들만이 직접 받겠지…….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새가 허공을 다니고 고기가 물에 있다 하니, 몸을 맡긴 곳이 편안할수록 그 삶이 더욱 쾌
적할 것이다.
  「장자(莊子)」에 이르되 "샘이 마르니, 고기들이 바닥에 모여서 습기로 서로 쏘여주고 거
품으로 서로 적셔주었지만 강과 바다에서 서로 잊고 사는 것만은 못하다" 하였다.
  백조(白兆) 통혜 규(通慧珪)선사가 이르되 "비유컨대 허공을 나는 새는 허공이 자기의  집
인 줄 알지 못하고, 물 속에서 노는 고기는 물이 자기 목숨의 근원임을 잊는다"  하였고, 규
봉(圭峰)은 이르되 "고기는 물을 일지 못하고, 사람은 바람을 알지 못하고, 미혹하면 성품을
알지 못하고, 깨달으면 공을 알지 못한다" 하였다.
  평소에 근본 몸인 노사나로서 청정한 각을 원만케 갖추신 이가 인간 가운데 모습을 나타
내었을 때 누군가가 잠시 물음을 던지면  홀연히 그림자처럼 나타나거늘 은혜를 잊고  행을
잃은 이는 친한 이를 등지고 성근 쪽으로 향한다.  과연 능히 영상(靈상 : 시체상)을 제거한
다면 비로소 자식이 아비의 가업을 이어받는 도리를 알게 될 것이다.  일러보라.  어떤 것이
가업인고? 들추어보면 아닌 것이 없으니, 활용하는 자리에서 의심을 내지 말라.

제 43칙
나산의 일어나고 멸함〔羅山起滅〕

(시중)  대중에게 보이시다.
  환단(還丹) 한 알로 쇠에 점찍으면 쇠가 금이 되고, 지극한 진리 한마디가 범부를 고쳐 성
인을 만든다.  만일 쇠와 금이 둘이 아니요, 범부와 성인이 본래 같은 줄 알면 과연 한 점도
쓸 수 없으리라.  일러보라.  그 어느 한 점인가?

(본칙)  드노라.
  나산(羅山)이 암두(巖頭)에게 묻되 "일어나고 멸함이  멈추지 않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
니,
-금강 역사가 진흙사람의 등을 긁어주도다.

  암두가 돌( )하고,
-별똥이 튀고 구름이 흩어진다.

  이르되 "누구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가?" 하였다.
-알고보면 원수가 되지 않는다.

(명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복주(福州) 나산(羅山) 도한(道閑)선사는 먼저 석상(石霜)에게  묻되 "일어나고 멸함이 멈
추지 않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석상이 대답하되 "바로 마른 나무 식은 재같이 되게 하
고, 한 생각이 만 년 가게 하고, 함과 뚜껑이 서로 맞듯이 되게 하고, 순수히 깨끗하여 티가
없게 하라" 하였다.  선사(나산)은 계합하지 못하여 암두에게로 가서 물었더니, 암두가 할을
하면서 이르되 "누가 일어났다 멸했다 하는고?" 하매, 나산이 이때 깨달음이 있었다.
  아마도 암두는 오직 소견이 명백함을 귀히 여겼고 석상은 고목당(枯木堂)을 두어, 직접 거
기까지 한번 와서야 비로소 얻기를 요했던 것  같다.  보지 못했는가? 서암(瑞岩)이 암두에
게 묻되 "어떤 것이 본래 항상한 이치입니까?" 하니, 암두가 이르되 "움직였다" 하였다.  서
암이 우두커니 생각하고 있으니,  암두가 이르되 "긍정하면  근진(根塵)을 벗어나지 못하고,
긍정하지 않으면 영원히 생사에 빠지느니라" 하니, 서암이 깨달았다.
  암두는 영특함이 뛰어나서 학인들을 깨우쳐줌이 정확하고 정민(精敏)하여 덕산에 못지 않
더니, 나중에 나산법보를 배출하였으니, 가히  얼음이 물보다 차다는 격이  되었다.  위산이
앙산에게 "다만 그대의 안목이 바르기만을 귀히 여기고,  그대의 지내온 길은 묻지 않겠다"
한 것과 같다.
  나산이 물은 것은 천하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거늘, 요즘의 초학자들은 간혹 그 속에서 살
아날 궁리를 하면서 마치 물 위에서 호롱박을 누르듯이 번뇌를  굴복시켜 끊으려 한다.  지
각(知覺)이 이르되 "마음과 짝을 하지 말라.  마음이 없으면 마음이 스스로 편안하다.  만일
마음으로 짝을 삼으면 움죽하자마자  마음에게 속으리라" 하였으니, 짝한다면  망심(妄心)과
짝하는 것이요, 없다면 망심도 없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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